brunch

떠나는 사람

by 김추억
친구가 텍사스로 이민가기전에 병문안을 와주었다. 친구에게 줄 것이 없어서 주절주절 써지는 글을 주었다.

<떠나는 사람>
모든 안정적인 것을 버리고 떠나려는 이는
불안한 것들을 품고 여정을 계획한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숨을 쉬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오래도록 제대로 숨 쉬지 못한 것에서의 한계이다.
그 한계는 참으로 절박해서
하루라도 더 빨리 떠나는 게 좋다.

낯선 곳을 향해 떠나는 이는
순간순간
당장의 편안함에 안주하고픈 마음 따위와
고달프게 싸우지만
또 다른 마음이 조종하는 분명한 방향 지시등만을 본능적으로 본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누구보다 지쳐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특징이 있다.
그 치열한 삶이 어느 순간 보답을 하는 것이다.

그 치열한 삶의 고뇌가
이제 너의 삶을 살아도 좋다고
허락해 주는 것이다.
그 허락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보답으로 받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고
훨훨 떠날 수 있는 용기까지 선물 받는다.

보장된 것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앞 날의 고단함을
'거뜬히 이겨내리라!'
라는 결단과 의지도 함께 주어지는 것이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이는
"나"라는 하나를 찾아 도착한다.

이전 18화재밌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