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2일
어디 가나 나는 아지트부터 찾는다.
이 병원에서도 나만의 아지트를 찾았다.
수술실 앞 코너에 있는 막다른 복도이다.
그곳 복도에 있는 의자는 허리가 편안하게 설계되어 있다.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주말과 휴일에는 사람도 의료진도 수술실 앞 복도에는 안 온다.
단지 CCTV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 CCTV로 나를 지켜본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까 나를 찾아오지는 않는다.
책 한 권을 들고 가긴 하지만 책장은 좀처럼 펼쳐지는 법이 없고 그냥 웅크리고 앉아 숨을 쉰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는 수술이 있는 날에는 아마도 안절부절못한 의자일 것이다. 가족 중에서 누구 한 명 수술실에 들어가 있으면 남아있는 가족들이 애태우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을 그 의자에서 내가 지금 편안히 쉬고 앉아있다.
미안할 이유 없이 조금 미안해진다. 나는 낮잠 시간과 혈압과 체온을 재는 시간, 식사시간, 밤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의 아지트, 수술실 앞에 와서 앉아 있다.
날마다 쉬기만 하면서 혼자서 쉴 만한 장소를 물색하고 다니는 게 우습다. 나의 무엇이 쉬지 못하는 모양이다. 쉬지 못하는 심장박동과 함께 쉬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쉴 만한 은둔처를 찾아다니는 것일 거다.
혼자서 깊은숨을 내쉴 수 있는 아지트가 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없으면 머릿속에서 아지트를 그려 만들고서 그곳에서 쉬었다.
작은 숨구멍 하나는 어떻게든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