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0일
am 1:00? 그쯤 잠든 것 같은데
am 2:00... 쯤에 잠이 깼다.
불면의 밤이 될 것을 예측하고
수면제 하나를 만지작만지작하다가
수면제를 처방해 준 여의사가 생각났다.
그녀의 진지하고 귀여운 표정이 떠올라서 피식거렸다.
"그럼 수면제 좀 따로 처방해 드릴게요."
"네."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키보드에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던 여의사가 갑자기 멈칫하고 나를 심각히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설마 수면제 한꺼번에 다 드실 건 아니죠?"
"제 아이가 아직 많이 어립니다."
"아, 네 "
동문서답으로도 대화가 된다.
낮에 친구들에게 안부 문자가 왔었다.
_추억아, 몸은 괜찮니?
_등 따시고 배부르니 태평세월이로구나.
괜찮다고 대답하기에는 내가 양심에 찔리고
그렇다고 아프다고 징징대기에는 내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이럴 땐 동문서답이 제격이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또 다른 녀석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_추억아, 요즘 어떻게 지내니?
_하늘이 잔뜩 흐려. 비가 잔뜩 오려나 보다
잘 지낸다고 하기에는 약간 애매하고 잘 못 지낸다고 장난치기에는 내 나이가 이제 솔찬하다.
직접 대꾸하기 싫을 땐 동문서답도 괜찮네?
그래서 요즘 동문서답에 맛 들렸다.
수면제를 도로 집어넣었다. 수면제 먹는 타이밍은 초저녁이지 한밤중은 아니다.
잔잔한 음악으로 수면을 유도해 보았는데..
노래가 너무 슬퍼서 실패다.
밤의 감성 탓인가?
눈물을 짜내는 노래는 잠을 달아나게 한다.
"서러운 맘을 못 이겨
잠 못 들던 어둔 밤을 또 견디고
내 절망관 상관없이
무심하게도 아침은 날 깨우네...
그냥 날 안아줘 나를 좀 안아줘"
_이 가수를 찾아가서 안아줘야 하지 않을까?
_내일 부산 가서 바다에 빠질까 말까 고민 중이야
혼잣말에도 동문서답을 하고 앉아 있다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이를 깨울 시간이 되어 라디오를 켰다.
아이는 늘 그렇듯 5분만, 2분만, 30초 만이라는 말을 하면서 계속 잔다.
마침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의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나한테 하는 소린겨? 내 딸한테 하는 소린겨?
이번에는 동문서답을 안 하고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