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 거대한 사랑

삐까에게

by HANA

안녕 삐까야.


오랜만에 글로 쓰려니 서두를 생각하는데 세 달이 걸렸어.


블로그에 16주 글을 작성할 때 사실 난 모든 주차별 주제와 키워드와 구성을 이미 다 적었었어. 너에 대한 이야기를 10월 10일에 쓰고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도저히 글로 옮길 순서가 생각나지 않더라.


대신 매일 마음속으로 너에게 편지를 썼어.

가끔은 이름까지만. 어떨 땐 한 문장, 한 문단.


2022년, 시작


너가 두 번째 유선종양에 걸렸어.

엄마가 유방암 첫 판정을 받았어.


난 직장을 그만두고 오로지 가족과 함께했어.

매일 뭐가 힘드냐면 스스로 버텨야 하는 게 힘들었어. 그 당시에도 난 도움을 요청하거나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렀어.


친구가 언젠가 그러더라. 심장이 아파야 사랑이라고.

그게 사랑이라면 난 정말 널 사랑했어.


2022년~2024년, 버티기


매일 두세 시간씩 쪼개서 자고 온 집이 병원이 되어갔어. 내가 바라는 건 낫는 거였어. 귀엽고 힘이 있을 때 너와 한 추억으로 버티기에도 참 힘든 시간이었어.


가족이 우선순위 1순위라 직장을 집 근처로 잡았는데 야근은 너무 많고 몸은 망가졌어. 너무 많은 야근과 외근으로 지쳐갈 때 사실 내가 선택해야 하는 건 회사나 일이 1순위가 아니었는데. 뭐가 제일 중요한 건지도 놓쳤다. 잘못된 선택과 충성이었고 헌신이었다.


2025년, 마지막


뼈 전이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너를 봤어.

머리로는 보내줘야 하는데 안락사가 내 잘못된 판단일까 봐 혹은 포기일까 봐 주변과 병원의 이야기에도 너의 마지막을 치료로 연명했어.


지독하게 후회한다.


너가 떠나고 엄마도 너처럼 유방암에서 뼈 전이로 판정받았어. 마치 너처럼 반쪽이 되어간다.


너가 편해진지 이제 일 주년이 되어가.

지난주에는 유기견 봉사를 갔어.

너가 나에게 보여준 사랑으로 난 살아가.

아직은 감히 너의 슬픔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어.


18년 동안 너를 내 동생처럼 키우면서 특히 마지막에 너를 보낼 때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 22년도부터 아팠는데 3년 동안 버텨준 삐까나 돌본 당신이나 대단하다고. 그건 내가 아니라 그 작은 몸을 버텨준 너가 대단하지.


난 약해.

너를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난 마음이 너무 아파.


너의 작은 몸으로 나보다 거대한 사랑을 알려주고 그 작은 몸으로 그 고통을 버텼네. 너와 엄마의 이야기에 나의 사랑의 이야기가 참 많이 바뀌었어.


너무 많은 걸 배웠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것.

내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


있잖아, 난 요즘 동화를 만들고 있어.


세상에는 아직 소외된 사람이나 미래 세대의 아이들이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내 동화에는 아이와 하얀 강아지가 등장해.


넌 내 이야기 속에서 나에게 보여준 사랑과 기적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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