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 원정기

형태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

by HANA

3주 전, 엄마가 풀빵 먹고 싶다고 하셨다.


붕어빵은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데 풀빵은 왜 이렇게 찾기 힘든 걸까. 회사 근처 부암역에 풀빵 장수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2주 동안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세 번을 찾아갔다. 하지만 매번 허탕이었다. 풀빵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실패할 때마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다. 이제 먹고 싶지 않다고. 냉동 풀빵도 찾아봤다. 그런데 괜한 오기가 들었다.


본가에 가는 날은 버스를 타고 한 번 내려서 풀빵 파는 차를 찾아본다. 사장님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지하철을 탄다. 사장님은 말을 하지 못하시는 분이라서 난 메모장에 ‘풀빵 3 봉지, 호빵은 2개 주세요’라고 적어뒀다. 언제든지 꺼내서 보여드리려고.


맨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몇 년째 치료받던 다리 때문이었다. 다른 병원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엄마의 물음에 새 병원을 찾아봤고 그날 병원 옆에서 풀빵차를 발견했다. 어느 수요일, 운동 가기 전에 일찍 가보니 풀빵이랑 어릴 때 먹던 기름기 없는 호떡을 팔고 있었다. 혼자 먹는데 맛있고 같이 먹고 싶더라.


그날은 꼭 사고 싶었다.


부암역에서 또 한 번 구매를 실패하고 부전시장으로 향했다. 35분을 걷다가 발견했다. 알고 보니 지하상가 시장 쪽으로 나오면 1분 거리도 채 안 됐다. 재난문자가 오는 바람 부는 날, 20분을 기다리며 풀빵 5천 원어치를 샀다.


고모할머니와 전화하면서 기다렸다. 풀빵 아저씨가 바로 먹을 풀빵 하나와 가져갈 풀빵 여러 개의 온도와 바삭함을 다르게 주셨다. 엄마에게 전자레인지랑 에어프라이어 두 가지 방법으로 데운 걸 바로 드렸다.


간식을 먹는 엄마를 보며 며칠 전 아빠가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났다.


“혜인아, 엄마가 지금은 치료 효과가 있는 거지만, 우린 다가올 이별을 준비해야 해.”


누가 사랑의 형태가 없다고 했던가. 그 형태는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형태다. 누군가의 전화, 누군가의 배려, 누군가의 상처를 덮고자 사다 주는 풀빵 한 봉지.


먼 거리가 풀빵 들고 가니 멀지 않더라. 종점 버스터미널에는 아버지가 데리러 오셨고 그렇게 따뜻한 풀빵을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 평일에는 본가에 가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갔다.


사랑의 형태는 내가 만들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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