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 이야기 시즌 2
다음날 입학식날이예요.
멍곰이는 새벽에 일어나 뒷산 벚꽃나무 앞으로 갔어요.
비닐에 넣어 땅속에 숨겨두었던
춘성이가 준 가방을 꺼내요.
그 안에 있는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흰색 점퍼를 걸쳐요.
조금은 큰 신발을 신고, 갈색 모자를 써요.
그리고 노란색 가방을 메요.
"뭐야 조금 크잖아!"
옷들이 멍곰이에게 좀 커요.
멍곰이는 어색함에 옷을 다시 벗고 그냥 가방만 메고 집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춘성이의 집 앞에 옷을 두고 갈 생각이에요.
'춘성이의 마음은 고맙지만 내게 맞지 않은 옷인걸.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왠지 내가 다른 강아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난 멍곰이로서의 내가 너무 좋아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니 돌려주어야겠어.'
그때 "툭" 옷 주머니에서 종이가 떨어져요.
"어! 이게 뭐야?
춘성이가 주머니에서 안 빼고 줬나 봐.
이것도 옷과 함께 줘야겠어.
아니 잠깐만 봉투에 멍곰이에게 라고 적혀있네?"
멍곰이는 봉투를 열어 보았어요.
멍곰이에게
사랑하는 내 친구 멍곰아!
내가 모은 요돈이야.
아마 이 돈이면 석 달 정도는 생카비로 쓸 수 있을거야.
개버드 대핵교 가서도 나 잊으면 안 돼.
보고 시플 거야.
추신: 너 지금 내가 준 요돈 부담스럽찌?
개버드 대핵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후류한 강아지가 되어 두 배로 갚아
멍곰이는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한편으로는 웃었어요.
틀린 글씨들이 너무 많이 보였기 때문이에요.
'춘성이도 공부 좀 해야겠어. 그냥 돌려주고 갈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돈 한 푼 없이 개버드에 간다는 건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을 계속했었어요.
'그래, 열심히 공부해서 두 배로 갚자!
꼭 성공해서 찾아올 거야"
때로는 감사한 마음을 받아야 할 때가 있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말이야
사양만 하지 말고 도움을 받아서
그걸 나중에 몇 배로 부풀려서 갚으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도 있다고'
멍곰이는 뚜벅뚜벅 가방을 메고
춘성이 집 앞에 옷을 잘 두고
개버드 대학교 쪽으로 서둘러 걸어갑니다.
차비를 아끼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해요.
새벽부터 다섯 시간 정도 걷자 개버드 대학교 정문이 보여요.
진한 갈색의 오래된, 권위가 느껴지는 그런 건물들이
멍곰이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어요.
"다 왔어. 개버드 대학교 정문이 보이네."
멍곰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교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조심스럽게 들어가다 쑤욱 발을 헛디딜 뻔했어요.
교문 앞에 강아지 똥이 하나 있었거든요.
그걸 피하느라 넘어질 뻔했어요.
'뭐야 개버드 대학교는 응가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래서 며칠 동안 가리는 연습을 하고 왔다고
그런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멍곰이는 집에서 챙겨 온 휴지를 가방에서 꺼냈어요.
그리고 돌돌 말아서 똥을 주워서 손에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려요.
"저기 휴지통이 있네."
툭 휴지를 버리는데.
"너 이름이 뭐니?"
멍곰이는 소리가 나는 등 뒤를 돌아봐요.
교수님처럼 보이는 갈색 강아지분이 검은색 안경을 끼고 웃고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멍곰이라고 해요.
이번에 입학하는 신입생이에요."
"네가 하는 착한 행동을 다 지켜보았단다.
난 1학년 담당 과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라떼 교수란다.
일과가 끝나면 교수실로 찾아오렴."
"라떼 교수님이요? 알겠습니다."
교수님은 돌아서면서도 멍곰이를 한번 쳐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어요.
개버드 대학교는 멍곰이가 사는 곳보다는 시내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어울려 사는 곳에 있어요.
하지만 개버드대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그곳은
강아지들만 있어요.
엘리트 강아지들을 배출하기 위해서 운영되고 있는 개버드 대학교!!
때로는 사람들이 키우는 강아지들도 입학하고 사람들의 배웅을 받지요.
가운데 학교 건물로 가까이 가자 종이가 붙어있었어요.
'반 배정이네? 헉~200마리 정도의 강아지들이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합격자는 고작 30마리구나 경쟁이 치열했네!'
멍곰이는 개버드대학교 3년의 과정 중 공동 1년의 과정을 수료한 후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할 수 있어요.
1반으로 배정이 되었네요.
1반은 3층에 두 번째 교실이라고 적혀있어요.
약간 신이 난 얼굴로 건물에 들어갔어요.
멍곰이처럼 신입생인 친구들이 총총총 걸어 들어가요.
1반이라고 적힌 교실에 들어가자
7마리 정도의 친구들이 벌써 들어와 있네요.
멍곰이는 하얗고 털이 복슬복슬 하고
분홍색안경을 낀 친구의 옆으로 가서 앉았어요.
왠지 그 친구가 인상이 좋아 보였거든요.
멍곰이가 수줍게 앉자 그 친구가 바로 말을 걸어옵니다.
외향형인가 봐요.
"나 은실이인데. 넌 이름이 뭐니?"
"난 멍곰이라고 해."
"넌 어디서 왔어?"
"난 강촌에서 왔어."
"그래? 여기서 조금 먼 곳이구나?"
"나는 대동에서 왔어. 두 시간이나 열차를 타고 왔지 뭐야?
나보다 먼 곳에서 온 친구들은 없을걸. 다른 친구들은 늦게 오다니.
원래 강아지들은 게으르면 안 되는데."
멍곰이는 은실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선한 인상과 귀엽게 생긴 얼굴과는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친구였어요.
그 후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친구들이 다 모이고 난 후 조교수님이 들어와서
칠판에 기숙사 배정표를 붙여주고
학교 바로 왼쪽 옆에 있는 기숙사 건물에
자기 번호가 적힌 방으로 찾아가서
오늘은 쉬라는 말을 했어요.
급식실은 학교 건물 오른쪽에 있어요.
아침 7시, 점심 12시, 간식 3시, 저녁 7시
총 4번의 1시간씩의 급식이 이루어져요.
그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안내였어요.
"오늘은 자유롭게 각자의 방에 짐을 풀고
식사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면서 기숙사에 적응해 보세요.
내일 오전 9시에 이 교실로 오시면 첫 수업이 시작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멍곰이의 기숙사 방은 302호예요.
룸메이트 허은실
교실로 처음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나누었던 은실이가 룸메이트가 되었어요.
"은실아 우리 기숙사 같이 가자, "
"엉 그래."
은실이는 친절하지만 오묘한 표정으로 웃었어요.
복도에 웬 큰 여행 가방이 3개나 있네요.
'설마 저 가방들이 은실이 가방은 아니겠지?
혹시 나보고 들어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
은실이가 그 가방 쪽으로 가더니 말해요.
"멍곰아 내가 가방 두 개 들고 갈 테니. 한 개는 네가 끌어."
멍곰이는 당황스러웠어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넌 짐이 작잖아. 룸메이트 좋다는 게 뭐야?"
방에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자리는 내가 먼저 고를 거야.
강아지들은 원래 배려심이 많아야 하는 거 알지?
네가 고르는 거 힘들어할까 봐 내가 먼저 고르는 거라고."
"헉! 은실아 서로 공평하게 골라야 하는 거란다. 네가 너 하고 싶은 침대를 고르고
너 자고 싶은 자리를 고르면 불공평해. 우리 사다리 타기 하자."
은실이는 멍곰이를 살짝 째려보아요.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갑니다. 가방을 끌고 기숙사 쪽으로 갔어요.
멍곰이도 은실의 가방을 끌면서 힘들게 기숙사로 가요.
기숙사 방에 도착했어요.
은실이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침대를 골랐어요.
멍곰이는 쾌재를 불렀어요.
창가침대 천정에는 비가 세는지 물 자국이 있었거든요.
멍곰이는 짐이 없어서 부끄러워 꺼내는 척하고 있었어요.
그때 은실이가 말합니다.
"네가 가져온 내 가방도 풀어서 너 책상에 올려놔."
"뭐라고? 너의 물건인데 왜 내가 그래야 하는데?"
"새로 나온 강아지 전집인데 엄마 아빠가 개버드 입학 기념으로 사줬어.
그런데 난 책을 좋아하지 않아. 그냥 너 읽어."
"뭐라고?"
멍곰이는 일단 무슨 책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가방을 풀어보니 처음 보는, 너무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가득했어요.
"너 나중에 딴말 없기다. 내 책상에 정리할게."
"나 허은실은 한 입으로 두말 안 해. 두 입으로 다른 말하지."
멍곰이와 은실이는 서로 어색하게 웃었어요.
강아지 발바닥 사건, 내가 고양이가 된다면, 행운을 빌려줘 등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많았어요.
'아 맞다. 라뗴 교수님 찾아가야지.'
"은실아 나 라떼 교수님 잠깐 만나 뵙고 올게."
"엉 그래. 밥 먹기 전에는 와. 나 밥 먹을 친구가 없다고
나처럼 부끄럼 많고 수줍은 강아지는 혼자 밥 먹는 거 싫다고"
"알았어. 그때까지 올게."
다시 교실이 있는 건물로 간 멍곰이는 1층에 있는 교수실을 찾아봅니다.
'라떼 교수'라는 명판이 보여요.
문을 열기 전 멍곰이의 팔이 떨려옵니다.
노크하는데 대답이 들리지 않아요.
호기심에 멍곰이는 문을 엽니다.
교수님 실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멍곰이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호기심에 한발 한발 내디뎠어요.
"쿵"
문이 갑자기 닫혀요.
멍곰이는 괜찮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