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 이야기 시즌 2
문이 닫히자 교수실에는 어둠만이 가득했어요.
어둠이 무서웠던 멍곰이는 문을 열려고 했어요.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요.
"뭐야! 문이 고장이 난 건가?"
멍곰이는 불을 켜기 위해서 벽을 조금씩 더듬었어요.
스위치가 느껴져요.
'탁'
불이 켜지지 않네요.
어둠만이 가득한 그곳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무서웠어요.
어둠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교수실은 아주 지저분했어요.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꼭 그 모양이 귀신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드네요.
"하앙~~하앙~~멍곰이는 울기 시작했어요."
'집 떠나 마주친 세상은 때론 너무나 무서워
좋게만 생각했던 것들도 나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가 있지
개버드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 만으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아!
나쁜 일이 어디서 도사릴 줄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겠어.'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멍곰아! 너 여기 있니?"
"어! 나 여기 있어."
밖에 룸메이트 은실이의 목소리가 들려요.
'맞다. 은실이랑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지?
아마 내가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아서 찾으러 왔나 보다.'
은실이는 경비실 직원을 부르러 갔고,
곧 문이 열렸어요.
멍곰이는 경비실 직원에게 울먹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경비실 직원이 스위치로 불을 켜보았어요.
불이 켜져요.
"너 잘못 누른 거 아니니? 불은 잘 켜져."
"아니에요. 제대로 눌렀다고요."
그때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을 들은 라떼 교수님이 들어왔어요.
경비실 직원은 가고 은실이와 멍곰이가 교수님과 있어요.
교수님은 은실이에게 잠깐 나가 있어 달라고 했어요.
"내가 자네를 보자고 한 것은 말이야.
요즘 내 사무실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난 개버드 대학교에 거의 4년 정도 있었지.
그런데 작년부터 조금씩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어.
어떤 일들이 일어났냐면 말이야.
사무실을 비웠을때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던 적이 있고,
커피를 반쯤 먹고 잠시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커피가 하나도 없더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난 집 없는 강아지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후원도 하고 있지. 그 후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기도 해.
너에게 일어난 일도 어쩌면 나를 겨냥한 거 같아."
교수님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다리를 꼬면서 말했어요.
"하지만 교수님 서류들이 흩어진 건 사무실에 바람이 불어 들어와서 그런 거
아닐까요? 커피가 사라진 건 시간이 지나서 증발한 거 아닐까요?"
멍곰이는 교수님을 안심시키며 말했어요.
"아니야. 그때 창문은 닫혀있었고. 난 한 시간만 외출했었다고.
내가 하는 일을 친구들 몰래 도와줄 수 있겠니?"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교수님 저는요 공부도 해야 하고,
학교생활에 적응도 해야 해요.
교수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조금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자네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들었네만.
사촌에게 맞아서 눈에 멍이 들었다는 것도.
내 일을 도와주면 한 달 동안 생활을 할 수 있는 만원을 매달 주겠네.
생활비 걱정하지 않게 말이야.
그러면 자네는 학비 걱정만 하면 되지."
"헉~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생활비 문제가 해결된다니 멍곰이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개버드 대학교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멍곰이는 나쁘지 않았어요.
교수님만 도와드리면 생활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어쩌면 이상한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죠.
그러면 자신의 아르바이트는 물 건너갈 테니까요.
기숙사에 들어갔어요.
멍곰이가 자신의 책상을 보니 은실이의 전집 말고도 정리하지 않은
은실이의 책들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어요.
"은실아 너 책 안 읽어? 왜 네 책들이 내 책상에 있는 건데?
"책을 왜 봐? 난 책은 보지 않아.
엄마 아빠가 가지고 가라고 해서 들고 오긴 했는데."
"공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개버드 대학에 들어왔어?"
"공부한다고 다 공부 잘하는 거 아니야.
아참! 그리고 앞으로 나한테는 책 보여주지도 마! 알았어?
그 책들은 너 읽어"
"학생이 책을 봐야지 무슨 소리인데?"
은실이는 쓰윽 미소를 지으며 웃었어요.
멍곰이도 뭔지 모르지만 따라 웃었죠.
그냥 자신이 읽을 책이 많아져서 좋았고
짐이 너무 없는 자신이 짐이 많아 보여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어요.
책을 펼쳤어요.
"헉~~ 이건 만화책이잖아?
은실이는 참 이상한 아이야 만화책을 보지 않다니.
이렇게 재미있는걸 말이야."
기숙사 첫날이라 잠이 오지 않았어요.
은실이는 자기 집인 것처럼 잘 자네요.
잠자기 전 은실이가 멍곰이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미소 지어봅니다.
"나 예민하니까, 코 골지 말고 화장실 간다고 많이 왔다 갔다 하지 마!"
그랬던 은실이는 바로 잠들어 버렸고 코를 골기 시작해요.
그러다 멍곰이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은실이 막 고함쳐요.
"이런 진짜 예민한가 보다 내가 깨웠나 봐."
그런데 뭔가가 이상해요.
헛소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은실이를 보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네요.
깜짝 놀랐어요.
은실이는 눈을 뜨며 자고 있었어요.
마치 평소처럼 눈을 뜨고 세상모르게 잡니다.
'모든 일들이 너무나 낯설지만
어쩌면 혼자라면 너무 외로웠을지도 몰라
비록 그렇게 집을 나왔지만
은실이라는 친구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으니
뭔가 가족처럼 안심이 되는 것 같아.
때로는 혼자인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때가 있어.
나도 은실이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어떤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학교생활이 외롭지는 않겠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멍곰이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부랴부랴 세수하고 식당으로 갔어요.
은실이는 혼자 밥 먹기 부끄럽다더니 가버리고 없네요.
그런데 식당이 아비규환이에요.
학생들은 질서를 지키지 않고,
배식해 주는 급식 직원조차 모자란 상황이었죠.
이를 지켜보던 멍곰이는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나버려
아침을 먹지 못할 거라는 건 확신이 들었어요.
"친구들아 우리 한 명씩 줄 서자.
질서를 지키면 더 늦어질 것 같아도,
더 빨리 자기 순서가 될 수 있어.
단체생활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하다고."
멍곰이가 말했어요.
"식당 직원분들이 갑자기 그만둬서
배식해 주시는 분들도 없어서 더 늦어진대."
어떤 검은 강아지가 멍곰이에게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멍곰이는 조금 체격이 좋은 친구
다섯 명 정도를 가리켰어요.
"너희 나랑 배식하자.
우리가 배식해야 밥을 시간 안에 다 먹을 수 있어."
"하지만 나는 귀찮다고, 힘들게 그러기 싫어."
멍곰이처럼 갈색인 친구가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맞아!"
다른 친구들도 소리쳤어요.
멍곰이는 식당 직원분들에게 말했어요.
"배식하는 친구들은 원하는 반찬을 더 주실 수 있나요?"
그랬더니 당연히 더 주겠다고 했어요.
'어려운 일이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생각해서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야 한다고,
나도 내가 이런 면이 있는지 몰랐어.
집에만 있을 때는 정말 몰랐다고
하지만 내가 봐도 꽤 멋있는 멍곰이인걸
친구들을 위해서 봉사하니
팔은 아프지만, 기분은 좋아.'
배식을 한 후 멍곰이는 은실이가 비워둔 자리에 앉았어요.
은실이는 식사를 끝내고 멍곰이를 기다리지 않고 사라졌어요.
'참 이상한 친구야! 자리까지 잡아주었으면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춘석이가 생각난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내 동네 친구.'
학교 복도를 걸어서 첫날처럼 서툴게 찾아간
교실 거기에는 어김없이 은실이의 옆자리가 비어 있어요.
아마 은실이가 멍곰이의 자리를 잡아둔 걸까요?
물건은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고, 비어 있네요.
종소리가 들리고 3분쯤 지났을까요?
회색의 검은 테두리 안경을 쓴,
연세도 성격도 있어 보이는 여자 교수님이
들어오십니다.
"나는 인간어 담당이란다.
인간들의 언어를 공부하고 인간들의 생활에 대해서
알아가는 건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하지.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니까.
이해를 하는 건 중요하단다."
칠판에 인간어를 적기 시작하십니다.
적막이 흐르고 학생들의 메모하는 소리만이 들리다가
"딱딱딱" 거리는, 연필로 책상을 치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리기 시작해요.
교수님은 몇 번 귀를 쫑긋 세우는 것 같더니
인상을 쓰십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더니 고함을 쳐요.
"어이 거기 눈에 멍든 학생 수업 시간에 방해하면 안 돼요.
강의실 뒤로 가서 서서 수업 들으세요."
멍곰이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눈에 멍든 강아지는 강의실에 멍곰이 뿐이었습니다.
갑자기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자신이 한 행동이 아니었어요.
멍곰이는 열심히 칠판에 교수님께서 쓰시는 내용을
받아 적고 있었을 뿐이에요
교수님이 다시 한번 목소리 높여 말씀하십니다.
"말도 잘 안 듣네. 너 강의실 밖으로 쫓겨나고 싶어?"
멍곰이가 억울해서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이었어요.
은실이가 일어나더니 말했어요.
"교수님 그거 멍곰이가 한 거 아니거든요.
제 앞자리에 있는 검은 친구가 그랬어요. 너 이름이 범돌이라고 했지? “
범돌이가 그랬어요.
연필로 책상을 계속 내려쳤죠.
보세요.
멍곰이는 필기를 깔끔하게 했잖아요.
이 친구는 필기한 자국조차 없어요.
누가 범인이겠어요.
그리고 제가 핑크색이 도는 빨간 안경을 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멍곰이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자기도 모르게 또르르 흘렀어요.
교수님은 범들이 자리로 오더니
나눠준 새 책이 깨끗한 걸 확인하고,
멍곰이 책에는 메모와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걸 확인했어요.
"미안하다 너 멍곰이라고 했니?
내가 소리 질러 미안하구나.
그래도 수업 시간에 코끼리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닌 것 같구나.
너 범돌이라고 했니?
얼른 뒤로 가서 수업해!"
쉬는 시간이 되었어요.
멍곰이는 은실이를 보며 말했어요.
"은실이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난 정말 너무 슬펐을 것 같아"
"멍곰아!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다고 답이 아니야.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너 아까 좀 바보 같아 보였어. 그러지 마!"
헉! 멍곰이는 은실이의 말이 상처가 되었어요.
'내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는데 은실이가 먼저 나서 준 건데,
아무리 자신이 고마운 행동을 해줬다고 해도
그걸로 다시 상처 주는 말을 나에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를 생각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혼란스럽게 하지.
굳이 슬퍼하지 않기로 해.
이 슬픔은 세상 살아가는 어려움에 비하면 슬픔이 아니니까.'
은실이의 차가운 말이 가슴에 스며들어서
충격적이었지만
멍곰이는 은실이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이번은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어요.
그리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은실이보다 더 먼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강아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