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는 눈을 부여잡고 집으로 갔어요.
그리고 거울을 쳐다보았어요.
"앙~~~~~~~"
멍곰이의 우는 소리가 방에서 흘러나와요.
너무나 서러워서 우는 소리에
놀란 엄마 아빠가 방으로 들어와요.
"멍곰아 왜?"
멍곰이는 고개를 서서히 들었어요.
그리고 눈을 보여주었어요.
"멍곰아 너 눈이 왜 그래?"
엄마가 놀라서 말했어요.
"멍석이가 때렸어."
"뭐?"
잠시 정적이 흘렀어요.
"멍곰아. 멍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단다.
그러니 호들갑 떨지 마. 여보 그만 나갑시다."
아빠는 엄마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어요.
멍곰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껴 울었어요.
울음소리가 집 밖의 거리에도 흘러나와요.
멍곰이의 엄마 아빠는 멍석이를 혼내지 않았어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 맞아요.
아마 멍석이를 화나게 하면 생활비가 들어오지 않을까 봐
그러는 거겠지?
그래 멍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거고
엄마 아빠를 위해서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자!
세상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길 수가 있어.
그럴 때마다 좌절하면 아무것도 못 해!
다시 힘을 내서 세상에 부딪혀 보는 거야!
용기를 내 보는 거야!
멍곰이는 그다음 날도 평소처럼 외출도 하고
춘성이 집에도 찾아가며 지냈어요.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도 눈의 멍은
없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짙어졌죠.
거울을 볼 때마다 멍곰이는 속상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요.
'멍이 있는 내 모습 또한 나 자신인걸.
그냥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때부터 주변 강아지들이 숙덕거렸어요.
"역시 이름은 잘 지어야 하는 건가 봐.
이름이 멍곰이니까 눈에 멍이 생겨서 없어지지 않는 거 봐."
사실 멍곰이의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아빠에게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왜 이름을 멍곰이로 지은 건가?
할아버지는 내가 이렇게 될 걸 아셨던 건가?'
원망의 눈물이 수시로 흘렀지만
멍곰이는 내색하지 않았어요.
슬퍼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었으니까요.
개버드대학교에서 합격자들에게
우편물을 보낸다는 시기가 돌아왔어요.
멍석이는 우체부 아저씨가 오는 시간만 되면
대문을 지키며 우편물을 직접 받아요.
하지만 기다리던 합격 우편물은 오지 않아요.
그러던 중 갑자기 춘성이가 멍곰이 집으로 뛰어와요.
"멍곰아! 너 개버드에서 우편물 왔어!"
손에 편지 하나를 들고 뛰어와요.
"뭐라고? 정말이야?"
멍곰이는 엄마, 아빠, 멍석이가 개버드 우편물이 와도
숨겨 버릴까 봐 춘성이의 집 주소를 기록했어요.
춘성이가 막 ~~ 뛰어오다가 넘어질 뻔해요.
심지어 멍곰이 앞에서는 구를 뻔하죠.
멍곰이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춘성이를 데리고 동네 뒷산으로 가요.
겨울이라 잎을 잃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편지를 뜯어봅니다.
합격통지서
이름 : 멍곰이
개버드 대학교 시험에 합격하여 입학 자격이 주어짐을 알립니다.
등록금 : 0원 (성적우수 장학생)
입학 날짜 : 3월 3일 수요일
오전 10시까지 개버드 대학교 운동장으로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개인 짐을 챙겨서 오세요.
개버드대학교
열심히 책을 보고 노력했더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좋은 일을 바라기 위해서는
나도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꿈꾸었던 걸 바란다면
아마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야.
힘들었던 날들이 있으면 그만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멍곰이는 춘성이를 껴안고 펄쩍펄쩍 뛰어요.
정말 너무 좋아서 뛰는 멍곰이의 멍이
왠지 나빠 보이지 않아요.
그냥 멍곰이 자체로 사랑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네요.
멍곰이 눈의 멍은 그 후로도 계속 사라지지 않았지만요.
개버드 대학교 입학식 날이 다가오네요.
멍곰이는 따로 준비할 짐도 없었어요.
겨울이라도 겨울옷이 있지도 않았어요.
항상 맨몸으로 떨고 다녔죠.
신발도 모자도 없었어요.
'그냥 몸만 학교에 가면 되는 상황이네
돈이라도 챙겨가야겠지만, 지금 딱히 돈도 없어,
몸만 가야겠어.
개버드 대학교에 들어가면
많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고 들었어.
생활비는 직접 벌고,
등록금은 이번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아야겠어.'
사촌 멍석이는 어떻게 됐냐고요?
개버드대학교에서 아무 우편물이 없었어요.
멍곰이 아빠가 전화해서 문의했는데
불합격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죠.
멍곰이가 엄마 아빠에게 입학했다는 사실을
더더욱 밝힐 수 없게 되었어요.
멍석이는 불합격 소식을 들은 날부터
더욱 난폭해졌거든요.
입학식을 하루 앞둔 날
춘성이가 가방을 하나 싸서 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멍곰이를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가죠.
"아저씨 아줌마한테 아직 말 안 했어? 멍곰아?"
"엉 안 했어. 말하면 네가 무슨 개버드냐
가지 말라고 할 게 뻔한데.
멍석이가 개버드 합격하지 않아서
집 분위기도 좋지 않아.
내년에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큰아버지가 생활비 보내는 금액을 줄인데.
아빠가 열심히 멍석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어.
스스로 책을 읽어야 할 텐데 말이야.
이제 스스로 할 때가 됐는데."
"자 멍곰아. 이거~~"
"그게 뭐야?"
"내가 안 입는 옷이랑 가방 신발 모자 등 챙겨 왔어.
어차피 내가 안 입는 거라서 너 입어.
그래도 입학식인데 옷은 입고 가야지."
멍곰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춘성아 정말 고마워. 나 공부 열심히 해서 이 은혜 꼭 갚을게."
그날 저녁 멍곰이는 꿈을 꾸었어요.
개버드 대학교가 앞에 보여요. 멍곰이는 춘성이가 준 가방을 메고
한발 한발 학교로 걸어 들어가요.
꿈이지만 발걸음이 떨려요. 꼭 현실인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