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가루

멍곰이 이야기 시즌 2 - 열두 번째 이야기

by 글 쓰는 멍

지하로 들어간 멍곰이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뭐야? 입구부터 음침한데?’

“몽실아! 은실아! 나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너무 음침해. 너희도 그렇지?”

“멍아. 너 선글라스를 빼.

무슨 선글라스를 지하 어두운 데서도 끼냐?

그러니 안 보이지.

선글라스는 햇볕이 심한 곳에서만 끼라고.”

은실이의 말에 멍곰이는 당황스러워서

선글라스를 빼서 가방에 넣었어요.

긴장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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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난 혼자였는데 지금은 혼자가 아니야.

몽실이도 있고, 은실이도 있잖아.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안하게

가지자.

내 소중한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용기조차 내지 못했을지도 몰라.


멍곰이는 지하사무실로 들어가

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어요.

몽실이는 몇 번 보았던 터라 괜찮았지만

은실이도 기대감으로 설레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그때였어요.

저 멀리에서 크리마 아저씨가

걸어옵니다.

멍곰이는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약간 주저해지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었어요.

크리마 아저씨가 꼭 자신을 잡아서

어딘가에 가둘 것만 같았죠.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아저씨는

미소를 지었어요.


“몽실아 친구들 데리고 왔니?

내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지금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게 있어서

너무 바쁘구나!

자유롭게 잘 보고 가렴.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 직원들한테

이야기하고.”

크리마 아저씨는 세상 좋은 사람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멍곰이는 아저씨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어요.

‘막 나쁘신 분 같아 보이진 않는데,

도서관에서 봤었던 쪽지는

어쩌면 어릴 적 장난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어.’


회색 레일 위에는 과자 반죽이 되는 곳

반죽으로 모양을 만드는 곳

쵸코 데코를 만드는 곳이 있었어요.

분주하게 머리에 두건을 쓰고

검은색 비닐장갑을 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어요.

레일 끝쯤에 왔을 때 큰 통에

하늘색 가루가 담겨 있습니다.

완성된 쿠키에 가루를 조금씩

뿌리는 것 같았죠.

딱 봐도 영롱해 보이는 가루였어요.


“몽실아. 이 가루는 뭐야?”

“아! 이거 망상 쿠키를 먹었을 때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거래. 가장 중요한 재료래.”

“이거 재료 이름이 뭔데?”

“나도 잘 몰라. 그냥 중요한 재료라

없어서는 안 된다며 어떤 재료인지는

아무한테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하셨어.

비법이라고 하셨어.”

‘어쩌면 이 가루가 비밀을 풀어줄

수 있겠어. 이 가루를 가져가야 해.’

멍곰이는 생각했어요.


“은실아, 몽실아 저기 저거 뭐야?”

멍곰이는 사무실 뒤쪽 벽을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몽실이와 은실이는 멍곰이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아요.

“어디? 어디?”

하고 다른 곳을 응시할 때

혹시나 몰라서 챙겨 온 통에

가루를 몰래 담고 가방 안에

바로 넣습니다.

“뭐 말하는데?”

은실이가 멍곰이에게 짜증을 내요.

“뭐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는데.

내가 잘 못 본 것 같아.”

멍곰이는 쓰윽 음흉한 미소를 지었어요.


그 외에 특별한 건 없었어요.

멍곰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왔어요.

공부를 하는데도 가루 생각에

공부가 잘 되지 않아요.

‘이 가루가 뭔지 물어볼 곳이 없을까?

라떼 교수님께 가져가서 여쭈어 볼까?

아니야. 섣불리 움직였다가

교수님이 내가 또 다른 어떤 일을 꾸민다고

더 큰 오해를 하실지도 몰라.

그럼 안습 교수님께 여쭤볼까?

화학, 물리, 심지어 요리까지

여러 가지에 능통하시잖아?

어쩌면 이 가루가 무언지 아실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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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멍곰이는 다음날 수업을 마친 후

책가방 안에 가루통을 소중하게 넣고

안습 교수님을 만나러 갔어요.

“똑똑”

“들어오세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멍곰이구나. 무슨 일이니?”

“교수님 여쭤보아도 될까요?”

“물어보렴.”


멍곰이는 가방에서 통 안에 든 가루를

주섬 주섬 꺼냈어요.

“이 가루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안습 교수님은 가루를 받아 들었어요.

약간 미간이 찌푸려지셨어요.

“이건 마법가루란다. 기분이 좋아지는 가루지.”

“그래요? 이걸 다방면으로

자주 사용하는 건가요?”

“우선 이 가루 자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그리고 계속 이 가루에 노출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놀고만 싶어 지지.

그런데 넌 어디에서 이걸 구했니?”

멍곰이는 잠시 망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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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아 아시는 분이 이 가루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뭔지 모르겠다고

저보고 좀 알아봐 달라고 했어요.”

“그렇구나. 이 가루는 조심해야 해.

기분이 좋아지는 게 함정이지.

계속 먹으면 이 가루를 계속 찾게 되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말이야.

자네 시험 기간인데 공부는 잘하고 있나?”

“넵.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교수님 항상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멍곰이는 90도로 폴더 인사를 하고

교수실에서 나왔어요.


길게 이어진 복도 사이로 학생들이

몇몇 걸어가고 있어요.

멍곰이는 심란해서 천천히 기숙사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어요.

‘망상 쿠키에서 이 가루만 빼고 만든다면

친구들은 맛있는 간식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을 텐데.

학생들을 공부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가루를 썼다는 거네.

이제 증거가 확보된 것 같지?

라떼 교수님께 가서 말씀드려야겠어.’


멍곰이는 공부하다 말고

라뗴 교수실에 갔어요.

앞에서 노크를 했어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교수님 멍곰이에요.”

아무 대답이 없어요.

“벌써 퇴근하신 건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멍곰이의 등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보여요.


기숙사에 돌아온 멍곰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운동장도 한 바퀴 돌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어요.

멍곰이는 선글라스를 산후 자주 꼈어요.

항상 가지고 싶었던 거라 너무 좋았거든요.

공부할 때 빼고는 자주 꼈어요.

“멍곰아. 나랑 방에 있을 때는 빼면 안 돼?”

“싫어. 은실아 나 선글라스가

너무 좋단 말이야.”

“너 그거 나 좀 줘봐. 나도 껴보게.”

멍곰이는 은실이에게 선글라스를 주었어요.

“멍곰아. 나 내일 영화 보러

외출할 건데 빌려줘라.

너는 시험기간이라 영화 안 볼 거지?”

“넌 안경 껴야 하잖아!”

“나 솔직히 안경 도수 없어. 보안경이야.

그러니 하루정도는 괜찮아. 멍곰아.”

“알았어. 대신 내일 만이야.

그리고 잃어버리면 안 돼.”

그렇게 멍곰이는 은실이에게

선글라스를 빌려주었어요.

다음날에도 라떼 교수님은 출장을 가셔서

만날 수가 없었어요.


은실이는 오후 수업을 마치고

왕이 된 강아지가 인기가 떨어지자

거지가 되었다가 다시 유명한 가수가

된다는 요즘 화재의 영화를 보러

간다며, 혼자 선글라스를 끼고

학교를 나갔어요.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진지한 내용이 아닌 재미있는 코믹 영화였죠.


은실이는 영화가 끝나자 개버드로 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어요.

해는 벌써 지고 어두웠어요.

‘멍곰이가 왜 선글라스를 꼈는지 알겠는데?

왠지 스타가 된 것 같은데?

멍곰이 스타병 아니야?’

어두운 곳에서도 은실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학교로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때 멍곰이는 은실이를 학교 정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은실이가 여덟 시가 되면 기숙사로 올 거라고 해서

마중 나와 있던 참이었어요.

솔직히 은실이를 마중 나온 게 아니라

선글라스를 받으러 나왔어요.

잃어버리게 될까 봐 너무 걱정되어

은실이에게 빌려준 자신이 원망스럽고

공부도 잘 안 됐거든요.

저녁이라 거리는 한적했어요.

멍곰이는 저 멀리 은실이가 오는

모습을 보았어요.

‘저기 은실이가 보여.

나보고 어두운 데서 선글라스 끼지 마라고

해놓고 이 저녁에 선글라스를 끼고 오잖아.’


그때였어요.

은실이의 옆에 검은 차 한 대가 서요.

그리고 누군가가 은실이의 얼굴을 가리고

자동차에 태워요.

그리고 어디론가 데리고 갑니다.

은실이는 발버둥을 쳤지만

차에 강제로 태웠어요.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멍곰이는 너무 놀랐어요.

차가 멍곰이 쪽으로 와요.


“은실아! 은실아!”

멍곰이는 거의 실성한 듯한 목소리로

고함을 치며 차에 다가가 은실이를 불러요.

너무 차에 가까이 가면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차는 멍곰이를 스쳐 속도를 내어

가버려요.

“은실아! 은실아!”

멍곰이는 너무 놀라 발바닥에

땀나도록 차를 향해 뛰었지만

달리는 차를 세울 수 없었죠.


다리에 힘이 풀린 멍곰이는

털썩 인도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눈물 콧물만 났어요.

‘멍곰아! 나 은실이라고 해.’

은실이를 처음 만났을 때

장면이 스쳐 지나가요.

그리고 츤데레로 멍곰이를 지켜주던

모습도 하나하나 생각이 났어요.


‘내 소중한 친구를 이대로

잃을 순 없지.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은실이를 못 만나게

될지도 몰라.

겁은 나지만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어.

지금이 그때야.

난 강해질 수 있어.

은실이를 위해서 못 할 게 없어.

그 대가로 개버드를 나가야 한다고 해도

지금 난 뭐라도 해야 해.

소중한 존재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부들부들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 콧물을 흘리며

멍곰이는 생각해요.


은실이와 멍곰이는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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