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랑코에 덕후다.
언제쯤 꽃이 활짝 웃을까?
나는 해마다 카랑코에를 산다. 왜냐하면 해마다 죽어나간다. 매번 내년에는 안 사야지 다짐한다. 까끔 버려진 카랑코에를 줍기도 한다. 꽃이 엄청 예쁘게 피어있을 때 잠깐 보았다가 꽃이 떨어지면 버려진다. 그래서 버려지면 좀 씁쓸하기도 하다. 한해살이가 아니라 잘 키우면 내년에도 꽃필 수 있는데, 해마다 버려진다.
꽃 색깔도 워낙 다양해서 하나 사면 색깔별로 다 사고 싶다. 그러나 참는다. 생각보다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병치레도 많이 했었고, 추위를 버틸 수 없으며, 햇빛이 없으면 못살기 때문이다. 우리 집처럼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고 통풍이 안되면 버티다가 저세상으로 또 미련 없이 가기 때문에 버리는 것도 어느 순간 일이었다. 그래도 봄 되면 또 사고 싶은 생각이 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화려함이 정점을 찍고 볼품없이 잎만 남게 되면 버려지는 것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카랑코에를 사지 않는다.
어느 날 인터넷 검색으로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린 카랑코에를 발견했다. 정말 내 취향이었다. 그런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이름하여 넝쿨카랑코에라고 하는데, 정식명칭은 유니플로라 코랄벨이라고 하더라. 뭐 이름도 어려워서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때도 있다. 처음 보자마자 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파는 곳이 없는 것이 아닌가?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진짜 어렵게 무료로 분양을 받았다. 여름에는 날씨가 좋았으니 잘 크다가 추위에 또 저 세상으로 갔다. 실내에 있었는데도 추웠나 보다. 그래서 이번에 또 어렵게 부탁부탁해서 받았다.
이번엔 지극정성으로 잘 크고 있다. 며칠 전에는 꽃망울까지 보였다. 어찌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꽃 피는 시간이 엄청 걸리는지 애간장이 다 탄다. 1년을 기다린 내 생애 첫 꽃이니 말이다. 넝쿨카랑코에라 그런지 진짜 길게 늘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서 꽃이 피는 게 참 신기하다. 어찌 보면 미친년 머리카락 같이 늘어져 있지만, 그것조차 예뻐 보인다. 이제 나도 진정한 카랑코에 덕후로 자리 잡겠다.
넝쿨카라코에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든 생각인데, 워낙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넝쿨카랑코에 덕후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넝쿨카랑코에 꽃색깔의 종류도 궁금하기도 하고 키우는 정보도 얻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