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by 재인

전에 우주에 관한 바이블 같은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 벽돌 같은 책이 그렇게 재미있을지 몰랐다. 작가 유시민이 “딱 한 권 들고 가서 무인도에서 내가 죽는 날까지 살아야 한다면 이 책을 가져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이 너무 이해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우주에 관한 책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읽었고 유튜브 영상으로 지구 밖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우주인들의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경이롭게 시청하곤 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쏘아 올린 누리호 4호 발사 과정을 TV에서 숨죽이며 보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퍽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종종 과학에 잼병인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수학적, 물리학적 공식이나 현상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당연히 작가가 전직 과학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게이머로 일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화성 탐사를 그린 영화 ‘마션’의 작가이기도 했다.


와우. 아까 언급한 것처럼 과학에 잼병인 나는 그가 천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조사하고 취재한다 해도 어떻게 이 많은 지식들을 습득하고 녹여서 책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이런 작가들을 보면 정말이지 너무 기가 죽는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기억을 잃은 채 13년 만에 우주선에서 깨어난다. 여기가 어디인지, 왜 이곳에 와 있는지, 하물며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조금씩 의식을 되찾고 흩어진 기억을 조립해 보며 이곳은 우주이고 위기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들을 깨닫는다. 같이 온 두 명의 우주인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우주선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그는 오로지 과학적 추론과 관찰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러다 광활한 우주에서 뜻밖의 생물체를 만나게 된다. 언어도 생김새도 서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도 다른 외계인과 정보를 교환하다 그들은 같은 목적으로 우주에 오게 된 것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며 각자의 행성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위험천만한 우주에서 태양을 위협하는 원인을 밝히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마침내 알아낸다. 연료 때문에 그는 사실상 자살 임무로 우주로 왔지만, 외계인의 도움으로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구로 귀환하던 중 문제가 생기고 결국 그는 지구로 돌아가길 포기하고 외계인을 구하러 간다.


SF 책을 읽으며 오열할 줄을 몰랐다. 외계 생명체와의 진한 우정이 마음 깊이 다가왔고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에도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그렇게도 기다려 온 지구로 가기를 포기하고 외계인을 구하러 가는 모습은 코끝이 찡했다. 그가 모른척하고 지구로 돌아왔다면 그는 분명 영웅이 되었을 거다. 그가 우주에서 겪었던 일들과 각종 실험들은 미래의 과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을 거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는 외계인 로키를 구하러 간다.


아주 먼 미래의 어느 날에는 우리 인간이 정말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우주여행이 가능해지고 달에도 여행을 가고 말이다. 그러면 신혼여행을 다른 행성으로 가려나? 수학여행은 달로 갈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이 책을 원작으로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내년에 영화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내가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그레이스의 모습은 아니라서 조금 흥미가 떨어지긴 하지만 영화가 책의 묘미를 어떻게 살렸는지 개봉하면 꼭 볼 생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능 성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