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념상 평범하지 않은 사랑에 관한 주인공의 고찰을 다룬 이야기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이다. 폴은 열아홉 살이고 부유한 가정의 외동아들이다. 엄마의 권유로 테니스 클럽을 다니다가 우연히 같이 복식경기를 했던 한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는 폴의 나이 또래의 딸이 두 명이나 있는 마흔여덟 살의 유부녀이다. 폴은 자신의 엄마, 아빠를 비롯한 상류층 사람들의 가식적인 행동들을 경멸하고 본인은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그의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며 곤란한 상황도 웃음으로 날려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반하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된다.
그렇다. 불륜이다. 19세 남자와 48세 여자의.
이 이야기를 읽으며 프랑스라는 나라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의 나이 차이는 극복이 안된다. 하지만 하나 생각했던 것은 둘이 결국 해피앤딩은 아닐 거라는 점이었다.
폴과 수잔은 런던에 작은 집을 얻고 둘이 살아간다. 그리고 얼마간은 행복한 생활을 한다. 그러다 수잔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혼자서는 생활이 힘들 처지가 된다. 병원도 다니고 상담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고 지치고 힘이 든다. 물론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면서 그녀의 딸에게 엄마를 부탁한다. 그는 외국을 떠돌며 일하고 다른 여자들도 만나지만 첫사랑을 할 때 느꼈던 것을 찾지 못한다. 그녀는 이제 죽었고 그는 70세가 되었다. 여전히 혼자인 채로 지내면서 평생에 사랑은 오직 그녀뿐이라고 말한다.
열아홉 살, 딱 우리 아들 나이이다. 그 나이에 이렇게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 둘은 정말 사랑했던 거 같다.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떠안고 힘들어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만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고, 자신이 어른스럽지 못해서 그녀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그도 안타까웠다.
그는 말했다.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두 번째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다. 본인의 경험이 아닌 글은 쓰지 않는다는 그녀는 이 글 역시 사적인 기억에 바탕을 두고 간결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썼다.
“연애의 기억”에서 화자가 남성이었다면 “단순한 열정”에서 화자는 여성이다. 이 이야기는 문학 교수인 한 미혼 여성과 이미 가정이 있고 프랑스로 파견 근무를 나온 러시아 외교관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렇다. 이것도 불륜이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를 온전히 가지지 못하는 점에 대해 불안해하고 집착한다. 언제든 그가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괴로워하고 그와의 만남만을 기다린다. 사회적 위치와 준수한 외모로 여성들의 호의를 많이 받는 그는 그녀를 원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그녀는 남겨진다. 온종일 그만을 생각하며 일상이 힘들 지경까지 오지만 글을 쓰면서 극복하고 다시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연락을 하고 찾아온다. 그와 사랑을 나누고 그를 호텔로 데려다주면서 그녀는 이제 그와는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말했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라고
세상에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사랑에는 책임도 뒤따른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연애의 기억“에 수전은 결혼하고 줄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며 살았다. 아이를 낳은 이후로 성적 관계도 없었다. 그러다 19세 폴의 적극적인 구애로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폴을 ”나의 평생“이라고 부른다. 얼마나 달콤한 말인지. 이런 그녀에게 결혼의 의무를 지울 수 있을까?
”단순한 열정“의 외교관 남자는 바람둥이인 것 같다. 그녀를 사랑하기보다는 호기심에 시작한 관계이고 그녀만큼 크게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이다. 이런 관계는 빨리 청산하는 게 좋다. 질질 끌수록 그녀만 상처받는다. 그녀가 마지막에 그와 끝이라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사랑을 잃었지만 그로 인해 한뼘 성장했고 다음에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다.
나는 오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게 되었다.
또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랑이란 왜 영원할 수 없는 것인지, 처음 불붙었던 감정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는 건지,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