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by 재인

지금 서울에서는 인상파 관련 전시회가 성행 중이다. 전시회를 하는 곳이 총 4 군데나 된다. 처음으로 시작한 예술의 전당에서는 9월부터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르누아르와 세잔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11월부터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 까지란 테마로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와 모던아트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 600년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이란 주제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상파 전시회에 뛰어든 곳은 노원 아트 뮤지엄이다. 이곳에서는 12월부터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세잔의 찬란한 순간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많은 전시회 중 내가 선택한 곳은 노원 아트 뮤지엄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전시회를 다니다 보니 너무 많은 시대에 다양한 그림들을 보는 것보다 한 시대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리 얼리버드로 구매해서 티켓 가격이 저렴한 것도 한몫을 했다.


사실 가을 초입 추석 연휴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회를 보러 갔었다. 근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거다. 1~2시간 기다려서 될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작년에 고흐 전시회 때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그림을 보지도 못하고 시간만 잔뜩 뺏긴 일이 생각나서 나는 미련 없이 티켓을 환불하고 나왔다.


그 이후로 전시회는 웬만하면 평일에 가는 편이다. 오늘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혹시 사람이 많지 않을지 걱정하면서 집을 나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시회가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라고 한다. 인상주의란 빛으로 세상을 보는 화가들의 시선으로 자연과 풍경 그림들이 많아 자연스럽고 편안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인상주의에 속하는 모네나 세잔, 르누아르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가 여기에 속하는 이유도 우리가 인상주의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도슨트 선생님은 미술 전시회 쪽에서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고 하셨다.


오후 2시에 도착한 미술관은 주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섹션 1에서는 세잔의 초기 인상주의 그림과 모네의 수련을 볼 수 있었다.


수련이란 그림은 볼 때마다 참 놀랍다. 도슨트 샘은 파리에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수련 시리즈를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추천하지 않는다. 고 하셨다. 대신 마르모탕 미술관을 알려주셨다. 이 미술관은 비교적 사람들이 적어 붐비지 않아 편안하게 수련 시리즈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오, 완전 꿀팁이다. 언젠가는 파리에 가서 수련 시리즈를 두 눈에 담고 싶다.


섹션 2에서는 고흐의 “밀밭의 양귀비”란 그림이 있었는데 이제껏 고흐의 그림을 많이 보았는데 이 작품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근데 이 그림은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었다.


넓은 밀밭에 빨간 양귀비 꽃이 너무 아름답게 흐드러져 피어 있었다. 양귀비 꽃을 실제로 본 적이 있었는데 단연코 고흐 그림에서의 양귀비 꽃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고흐는 밀밭에서 밀을 수확하고 다시 밀을 심고 수확하고 하는 과정을 우리 인생의 삶과 똑같다고 생각해서 밀밭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고흐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내면의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 가끔은 그림에서 그의 아픔이 묻어나는 것 같다.


고흐 외에 까미유 피사로의 그림들이 유독 많았는데 이 작가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인상주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라고 한다. 그의 그림들은 강가나 숲, 공원 등으로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섹션 3에서는 인물과 꽃 그림으로 유명한 르누아르가 있었다. 르누아르의 인물 그림들은 예쁘고 우아한데 이것이 사연이 있다고 한다. 그가 인물 초상화를 그린 이유는 생활고 때문이라서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예쁘게 그려줘서 인기가 많았고 그래서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은 되었지만 실제로 그 작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누가 봐도 고갱 작품일 수밖에 없는 고갱의 정물화도 볼 수 있었다.

4층에서 관람을 끝내고 5층으로 올라오니 막 3시에 도슨트 강의가 있었다. 1시간가량 그림 설명을 듣고 나니 너무 뿌듯했다. 사실 생각보다 전시 그림이 적어 좀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각자 듣는 도슨트가 아니라 강의처럼 듣는 설명을 다 듣고 나니 뭔가 꽉 찬 기분이 들었다. 그림들 하나하나가 생각나면서 마치 오늘 본 그림은 누구에게라도 설명해 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는 꽤 성공적이다. 기분 전환도 되었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내봤다. 다음 주부터 쓰는 아이 정시 원서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오늘 모처럼 즐겁게 그림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고흐의 “밀밭의 양귀비”란 그림이 마음에 원픽이었으나 실제로 구입한 마그넷은 르누아르의 “꽃장식 모자를 쓴 여인”이다. 하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이가 든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