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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by 재인

전에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근데 1900년대 우리나라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대 배경의 이야기라는 점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결국 그때는 읽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다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그리고 첫 프롤로그를 읽었을 때 내가 이 책에 완전히 빠졌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1900년대 1918년부터 1964년까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되고 난 후까지 우리나라 격동기 시대에 주인공들의 서로 얽힌 인연들과 사랑, 우정, 이별 등을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 옥희는 10살에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기생 수습생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동갑내기 연화와 그 언니 월향을 만나서 우정을 나누게 되고 또한 그녀 인생에서 중요한 두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중 한 명은 대한제국군으로 활쏘기 명사수였던 아버지를 두었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편이 어려워져 누이에게 짐이 될까 싶어 홀로 경성으로 상경해서 거지 노릇을 하고 살던 정호이다. 정호는 기생 가두 행렬에서 옥희를 처음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죽을 때까지 옥희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옥희는 끝까지 정호를 우정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아 정호를 슬프게 한다. 또 한 남자는 안동 김 씨의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세가 기울어 낮에는 인력거로 생활비를 벌고 밤에는 야학에서 공부를 하던 한철이다. 한철은 옥희가 기생을 그만두고 배우로 활동할 때 인력거 노릇을 해 주었는데 이때 둘은 서로에게 반해 연인이 된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한철은 옥희의 신분이 걸려 결혼하자고 하지 못하고 이를 눈치챈 옥희는 한철과 헤어진다. 모두에게 어려웠던 시간이 흘러 광복이 되고 친일파의 딸과 결혼했던 한철은 크게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 한편 독립운동을 했으나 공산주의 진영에 섰던 정호는 광복 후 빨갱이로 몰려 사형당하게 된다. 정호에 죽음에 충격받은 옥희는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리고 거기서 새 생명을 만나 다시 살아갈 희망을 가진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조금, 아니 많이 울었다. 그들이 10대에 만나 사랑을 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를 겪으며 누구는 성공했지만 가슴이 텅 비었고 누구는 사랑했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이의 가슴도 보랏빛으로 멍이 들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이 작품에서는 사소한 작은 인연이 큰 의미가 되기고 하고 또 따스했던 인연이 악연이 되기도 하며 서로서로의 삶에 관계를 맺고 있다.

옥희의 마지막 말이 큰 울림을 주는 거 같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 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에.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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