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Tv를 켰다. 마침 마라톤 대회를 하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선두그룹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역시 모두 아프리카계 흑인 선수들이다. 아프리카계 흑인 선수들은 큰 키에 쭉 뻗은 다리가 정말이지 러닝에 최 적합한 몸인 거 같다. 아나운서는 선두그룹 선수들에 대해 얘기해 주면서 요즘 마라톤 인구가 많이 늘어서 올해 일반인 부분 참가 선수가 작년 대비 만 2천 명 늘어 총 4만 명이 참가한다. 고 한다. 굉장하다. 나만 빼고 모두 마라톤을 하나? 난 진짜 운동 싫은데. 문뜩 마라톤을 하는 친구 생각이 났다. 혹시 그 친구도 지금 저기서 뛰고 있으려나. 난 그 친구가 대학 다닐 때 모습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직장인이 된 모습, 그리고 지금 마라톤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사뭇 달라서 내가 그 친구를 잘못 알았거나 아님 잘 몰랐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에 만났을 때 어떻게 마라톤을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러닝을 좋아해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라톤 동호회를 들어가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첫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계속 해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거 같다고. 나는 내가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미래에도 경험해 볼일도 없는 일이라 그 기분이 어떨지 잘 모른다. 다만 이 세상에 내가 못 할 일은 없겠다.라는 자신감이 만 땅 충족되는 기분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어느덧 42.195km를 향해 거의 다 온 선두그룹 선수 두 명이 보인다. 근데 마지막 스타디움에 들어와서 뒤에 오던 선수가 선두 선수를 제치고 일등으로 들어온다. 계속 선두 뒤에서 달리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힘을 비축했다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거 같다. 참 좋은 작전이네 싶었다.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달렸던 선수는 좀 억울했겠지만. 그러고 보면 우리가 무슨 일이든지 항상 선두로 산다는 건 참 힘든 일이라 생각이 든다. 더 이 상 올라갈 길이 없으니 선두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나와의 싸움을 해야 하고 또 추월당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지내야 하니 참 외롭고 힘든 자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난 참 다행이네. 아직도 올라갈 일이 까마득해서 앞만 보고 달리면 되니.ㅎ
벌써 마라톤 시상이다. 남자 부분 1등 상금은 13만 달러, 한화로 1억 9천만 원정도 된다. 아마 저 선수는 상금으로 고향 가서 평생 놀고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사이 여자 선수들도 순위가 정해지고 시상식을 한다. 근데 여자 1등 선수는 상금이 10만 달러 인 거다. 뭐지? 왜지? 어, 남녀 차별인가.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괜스레 화가 났다. 그래서 이유를 찾기 위해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못 찾으면 마라톤 협회에 전화를 해봐야 하나 생각이 들 때쯤 이유를 찾았다. 결론은 남녀 상금 모두 1등은 16만 달러라고 한다. 근데 남자부는 2시간 5분 초과 시 13만 달러, 2시간 6분 초과 시 10만 달러, 여자부는 2시간 20분 초과 시 13만 달러, 2시간 21분 초과 시 10만 달러가 지급된다고 한다. 그래서 선수들 기록대로 2시간 5분 33초를 기록한 남자부 1등 선수는 13만 달러, 2시간 24분 8초로 1등은 한 여자 선수는 10만 달러를 받았던 거다. 아, 내가 오해했네. 내가 무지했네.
일요일 아침부터 열을 냈더니 벌써 피곤한 기분이다. 아직도 꿈나라이신 두 남자를 깨워 얼른 아점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