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순재 선생님의 마지막 연극무대 작품이었다고 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에서도 주인공들이 연극반에서 만나 이 연극을 하고 자주 언급되는 연극이라서 관심이 갔다.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아마 다들 느꼈겠지만 처음에는 무슨 내용이지? 줄거리가 뭐야? 아. 뭘 얘기하는 거지?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내용에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희곡을 처음 접한 사람은 더 읽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서술자가 인물, 사건, 배경 혹은 내면까지 묘사하는 소설과 달리 희곡은 오로지 극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아마 희곡은 읽기보다 연극으로 표현되었을 때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고전 희곡 읽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6주간에 걸쳐 소포 클래스의 ‘오이디푸스왕’,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오셀로’,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갈매기’를 읽었다.
고전이면서 희곡은 참 읽기 힘든 책일 수 있어 이런 기회에 읽어보자고 신청했었다.
수업은 미리 책을 읽어 오는 것이 전제이지만, 샘이 그날 책 내용과 줄거리 등을 정리해서 알려주셨고 책의 주요 부분을 간추려 배역을 서로 나눠 마치 연기자들이 촬영 전에 대본 연습하듯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다들 조금 어색해했고 대부분 처음 읽는 희곡이라 낯설고 어려워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재미있는 설명과 극에 대한 깊은 해석에 점차 희곡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수업마다 열정적으로 연극하듯이 몰입해서 책을 읽었다.
마지막에 다들 희곡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렸다. 나 또한 혼자 읽을 때보다 다 같이 몰입해서 읽을 때 훨씬 더 큰 재미를 느꼈고 이래서 연극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번 책은 앞서 말한 대로 고 이순재 선생님이 왜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하셨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희곡 읽는 방법을 알기에 서슴없이 읽게 된 점도 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리는 고도는 흔히들 희망이라고 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두 사람은 기다림의 지루함과 초조함을 극복하기 끊임없이 지껄인다. 이 모든 노력은 고도가 오면 끝나리라 생각하며 고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믿음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고, 절망 속에서도 품는 힘이며, 자신을 믿는 태도에서 시작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자신만의 고도를 품고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리며 그들의 시간을 보냈듯 나도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며 나의 고도를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