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본 가기 전에 입국심사서 써야 한다던데? 아들이 물어본다.
맞다. 그것도 있었지.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생각해 놨는데 입국심사서는 깜박했다.
아, 그거 비짓재팬웹에 들어가서 하면 돼. 미리 하고 가야 입국할 때 편해. 하기 전에 여권이랑 비행기 티켓, 도착하는 숙소 주소와 연락처 미리 챙겨 놓고 해. 엄마는 전에 모르고 그냥 들어가서 많이 헤맸었어.
바로 하는 줄 알았더니 그새 미용실을 예약했다고 한다. 다녀오라고 하고 나는 도서관을 들렀다 장을 보고 집에 왔다. 몇 시간 후 도착한 아들은 뽀글 파마를 하고 왔다. 파마하려고 그렇게 머리 좀 자르라고 성화를 해도 가만있었나 보다. 너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나는 벌써 옛날 사람인지 남자가 짧고 단정한 머리가 좋은데, 그나마 노랗게 염색을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마음에 드냐고 물으니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된 거지. 다시 보니 좀 귀여워진 것도 같다.
아들은 오자마자 비짓재팬웹에 들어간다. 나도 해 본 지가 오래되어서 헷갈려서 좀 천천히 하고 싶은데 아들은 모르는 거 아니냐고 자꾸 보챈다. 그러더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게 맞는데. 그 말이 왜 그리 서운한지 모르겠다. 언제 저렇게 커서 친구들끼리 여행을 간다고 하는지. 자꾸만 아들 앞에서 할 일이 없어지는 내가 홀가분하면서도 씁쓸하다. 아마 외동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서운해도 챙길 게 많아 아이에게 다시 물어본다.
여행 갈 때 캐리어 네 것은 작은 사이즈이니까 엄마 꺼 가지고 갈래? 했더니 싫다고 한다. 네 것은 1박 2 일용이고 겨울옷들은 부피가 있으니 큰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했더니 캐리어가 무슨 색인지 물어본다. 블루일걸? 했더니 일단 보고 결정한단다.
아휴, 어찌나 까다로운지.
공항에서 환전을 한다고 하길래 그날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고 공항 상황은 유동적이니 내일 내가 해주기로 한다. 티켓팅 한 항공사를 물어보고 출발 24시간 전에 좌석 확보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일본은 110 봍트라서 우리 거랑 전기 코드가 맞지 않으니 중간에 이어서 쓸, 일명 돼지코를 준다. 잘 챙기라는 말과 함께
혹시 몰라 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등 비상약과 상처 연고와 밴드도 챙겨준다.
그리고 비행기 출발시간과 도착시간 그리고 항공편을 알려달라고 했다. 아이는 대뜸 왜? 한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럼 부모한테 안 알려주고 가? 떨리듯 말을 이었다. 그건 아니지, 당연히 얘기해 주고 가야지. 했다. 아이는 전날 알려 줄게. 한다. 하, 뭐 대단한 비밀이라고 안 알려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가끔 저렇게 싹수없게 말을 할 때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가슴이 철렁한다. 애가 인성이 왜 저래? 내가 잘못 키웠나? 하고.
부모 눈에는 자식이 다 이뻐 보이기만 한다던데 나는 왜 그리 아이의 단점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기적이고 자기만 아는 걸 보면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나도 저 나이에 저랬나? 하는 생각에 그만 수그러든다.
누구는 자식을 키우는 일이 온갖 짐을 이고 지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얘기겠지.
나는 엄마처럼 안 살 거야, 해 놓고 오십이 넘어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엄마와 많이 닮아져 있다. 엄마가 나를 좀 더 잘 키웠으면 어땠을까? 하고 치기 어린 투정을 부리기도 했는데. 내가 지금 우리 아이를, 엄마가 나를 키운 것보다 더 잘 키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은 문득문득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눈물도 더 많아지고.
이것도 갱년기 증상인가?
어느새 아이가 짐을 다 챙기고 공항 갈 때 입고 갈 옷을 체크하고 있다.
그래, 스무 살의 친구들과의 첫 해외여행, 좋은 경험 많이 하고 무사히 잘 다녀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