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모가 4명이 있다. 우리 엄마는 2남 5녀 중 5번 째고 이모들 서열로는 4번째이다.
첫째 이모는 어릴 적 일찍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나에게는 거의 할머니나 다름없다. 현재 90세가 넘으셨고 곤지암에 사셔서 곤지암 이모라고 부른다.
엄마는 곤지암 이모를 싫어하셨는데 그 이유는 이모가 결혼한 뒤 개종해서 교회를 다닌다는 것과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고 첫째로써 동생들을 보듬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엄마는 둘째 이모를 많이 좋아하고 따르기도 하고 가끔 안쓰럽게 여기기도 하신다.
둘째 이모는 첫째 이모보다 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늘 무언가 베풀려고 한다. 본인이 청소하는 건물에서 쓰고 남은 휴지나 세제를 다 모아 두었다가 무거워서 끙끙대면서도 이고 지고 우리 집으로 가지고 오시곤 했다.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웃으시면서 다 같이 나눠 써야지 하셨다.
엄마는 첫째 이모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을 둘째 이모에게서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유독 둘째 이모랑 있을 때 우리 엄마는 한없이 어리게 보였다.
셋째 이모는 지금은 멀리 울진에 살고 계시지만 예전에는 우리랑 한 동네에 살아서 비교적 왕래가 많았다. 셋째 이모는 2남 1녀를 두었는데 내가 어릴 적에 사촌 언니, 오빠들은 이미 성인이었다. 그렇게 나이 차가 나다 보니 사촌들과 별 점점이 없다.
셋째 이모부는 조금 일찍 돌아가셨는데 엄마는 내가 클 때 셋째 이모의 첫째 오빠와 둘째 오빠를 무척 좋아했다. 오빠들이 하나같이 다정하고 살뜰하게 이모를 잘 보살핀다는 이유였다.
지금 첫째 오빠는 동남아로 돈 벌러 간다고 갔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남은 새언니는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갔고 현재 이모가 그 아이와 살고 있다. 둘째 오빠도 직업을 이것저것 바꾸며 전전긍긍하다 이혼했다.
엄마가 어릴 적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오빠들은 이제 없다.
이모들 중에 가장 버라이어티 한 이모는 바로 막내 이모이다. 막내 이모는 내가 제일 좋아했고 막내 이모부는 우리 아빠가 막내 이모부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이셨다. 그 당시 내 눈에 이모부는 큰 키에 미남이고 호탕한 남자였다. 만날 때마다 용돈도 잘 주시고 따뜻하게 잘 지냈냐고 안아주시고 했던 기억이 난다.
막내 이모는 1남 1녀를 두었는데 막내가 우리 집 막내와 같은 나이라서 특히 자매처럼 친하게 지냈고 사촌 중 유일하게 비슷하게 나이대라 나와 남동생과도 잘 지냈던 거 같다.
막내 이모는 엄마보다 좀 작은 키에 귀염성 있는 예쁜 얼굴이었다. 그래서 이모랑 이모부는 너무 잘 어울렸다.
근데 어느 날 이모가 집을 나갔다. 이모부와 아이들을 두고.
그때 나는 그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어렴풋이 내가 대학생 일 때였던 거 같은데 막내가 아직 중학생이었으니 사촌들도 아마 중학생들이었을 거다. 이모부는 엄마에게 이모 찾아달라고 계속 전화를 하고, 집에 찾아오기도 하셨는데 그럴까 봐 그랬는지 이모는 우리 엄마와도 연락을 끊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모와 연락이 닿은 건 내가 결혼하고 나서이다. 들린 얘기로는 그 후에 이모부는 다른 분과 재혼하셨고 그분이 다행히 아이들을 잘 키워주셨다고 했다. 이모도 다른 분과 살았는데 그분이 암 투병을 하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모가 집을 나와서 갖은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엄마는 그랬다.
그러면서 어차피 자기 팔자인 것을 힘들다고 집 나가봤자 더 고생이고 다른 남자랑 잘 살지도 못하고 병시중만 들다 끝난 것이 아니냐고 한탄을 하셨다. 이모는 그런 얘기가 듣기 싫었는지, 아니면 엄마를 믿고 연락을 했는데 그런 소리만 하니 답답했는지, 얼마 후에 다시 연락을 끊으셨다.
엄마는 요즘도 막내 이모를 많이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신다.
나는 엄마랑 막내 이모를 보면 전에 읽었던 양귀자의 “모순”이 생각이 난다.
능력 있는 남편과 공부 잘하는 아이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되고 좋은 환경에서 주인공의 이모는 외로움을 느끼고 힘들어하다 마침내 자살을 한다. 그 이모는 능력 없는 한량 남편과 사고뭉치 아들 때문에 늘 삶에 치여 살아야 했던 주인공의 엄마가 부러웠다고 했다. 그 이모는 안정되고 부유한 삶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했다고. 이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삶을 개척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언니의 인생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 것 같다.
상황은 다르지만 나는 엄마와 이모가 얼마간에 서로의 삶을 부러워했다는 점에서 그 소설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옳고 그름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은 유독 굴곡이 많은 이모들과 엄마의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한번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