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얼마 전에 아트박스가 생겼다.
얼마 전보다는 더 훨씬 전인데 지나가다 몇 번 보았다.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들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
생일 카드도 살 겸 가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아트박스까지 거리는 세 정거장 정도인데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기도 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따뜻한 봄 햇살이 걷기에 딱 좋았다.
아트박스로 가는 길에 예전 학창 시절 생각이 났다.
그때는 지금처럼 학생들이 카페를 다닐 시절이 아니라 주로 떡볶이 집 갔다가
아트박스 구경 가는 게 우리들만의 루틴이었다.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어찌나 구경할 게 많은지.
새로 나온 샤프도 손에 쥐어 보고, 예쁜 색 볼펜을 꾹꾹 눌러써보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구경하고,
예쁜 편지지가 나오면 친구들과 앞다투어 사기도 하고,
사람만큼 큰 곰 인형은 왜 그리 가지고 싶었는지.
선물 박스는 크기별로 왜 그렇게 사 모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온 아트박스는 예전에 참 많이 달랐다.
마치 다이소와 올리브영과 문구점을 합쳐 놓은 느낌이랄까.
문구류는 말할 것도 없고 간단한 젤리나 초콜릿등 간식거리에 손가방에서
백팩까지 가방 종류도 많고, 드라이기와 고데기까지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우선 마음에 드는 생일 카드를 골라 놓고, 휴대용 캔디도 한 통 고르고,
가방에 달 만한 작은 곰 인형 키링도 하나 골랐다.
그러다 간식 코너를 보고 있는데 웬 약이 있는 거다.
자세히 보니 진짜 약이 아니고
내가 보고 싶어서 아무것도 집중이 안 될 때 먹는 약,
너무 보고 싶어 열이 나고 끙끙 앓을 때 먹는 약,
같이 있지 않아서 너무나도 괴로울 때 먹는 약,
상사병 처방약인 감동 싸랑탕, 널 향한 내 마음 불타 500,
널 사랑하게 되보린 등 초콜릿 약들이었다.
너무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한참을 서서 웃었다.
그리고 나도 ’ 널 향한 내 마음 불타 500‘을 하나 데려왔다.
아들 책상에 놓아주면 뭐라고 하려나? 벌써부터 반응이 궁금해진다.
이 초콜릿 약들이 효과가 있으려나?
아니, 플라세보 효과로 좋아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