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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하나는 거짓말

by 재인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

나에 대한 소개를 다섯 문장으로 하되, 단 한 문장은 거짓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어떤 말이 거짓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나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나는 오십 대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카레이다.

나는 가방 사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첫사랑과 결혼했다.

내 어릴 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자, 어떤 것이 거짓으로 보이는가?


지우는 힘들게 일하며 살다 뇌암 판정을 받은 엄마가 실족사로 죽자, 엄마가 자신에게 보험금을 물려주기 위해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다.

소리는 어느 날부터 인지 손을 잡으면 죽음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데, 암에 걸린 엄마가 죽을까 봐 매일 엄마 손을 잡아보고 확인을 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죽고 소리는 엄마 병이 깊어질 때 엄마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채윤은 엄마에게 늘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에게 거부감을 가진다. 그날은 아빠가 엄마에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나서게 되고, 아빠를 칼로 찌르게 된다.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의식하지 못한 새에, 엄마가 칼을 가져가 본인이 한 일이라고, 채윤에게는 아무 말도 못 하게 한다. 채윤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있고, 아빠는 의식이 없는 채 병원에 있고, 채윤은 엄마에게는 깊은 죄책감을, 아빠에게는 혹시 깨어날까 두려움을 느낀다.

지우는 엄마가 죽고 엄마 애인이었던 선호 아저씨와 함께 살지만, 아저씨에게 짐이 될까 싶어 집을 나온다.

하지만 지우가 사랑하는 도마뱀 용식이 죽었다는 소식에 급히 오다 사고를 당하고, 다시 아저씨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아저씨에게서 엄마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었음을, 엄마는 마지막까지 살려고 했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때서야 지우는 자신의 마음도 마침내 돌아옴을 느낀다.

소리는 아빠와 함께 엄마 산소에 간 날, 엄마가 거듭되는 항암치료에 너무 힘들어했고, 그래서 조력사를 원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는 다른 이유로 세상을 떠났지만 너의 잘못은 없다고, 이걸 네가 알아야 할 거 같다고 아빠가 말한다.

그 순간, 소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손끝에서 봉숭아물이 빠지듯, 초겨울 단풍색이 옅어지듯 어떤 능력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채윤은 교도소에게 엄마를 접견하고 나온 다음 날 엄마 편지를 받는다.

엄마가 늘 할 말이 많은데 막상 마주하면 못한다며 채윤에게 긴 편지를 남긴다.

엄마는 편지에서 어떻게 아빠를 만나고 결혼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 아빠가 사업에 실패하고 술로 인생을 허비하고 폭력을 휘두를 때에, 엄마에게 남자가 있다고 아빠가 의심할 때에 대해서 썼다. 그런데 그때 엄마는 진짜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그 일이 있기 전에 그 사람이 엄마가 이혼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하지만 일이 생긴 후 그 사람은 떠났다고 했다.

엄마는 아빠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았으니 너의 잘못은 없다고,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너의 삶을 살라고, 그것이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했다.


세 아이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은 서로가 가진 비밀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만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은 진실을 통해 상실의 고통이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했던 거짓말을 통해 서로의 비밀을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이 각자의 아픔을 이겨내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진실과 거짓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아픔을 이겨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한 뼘 더 성장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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