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이 책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고전을 읽고 나면, 마치 오래된 숙제를 하나 끝낸 느낌이 든다.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이란 의무를 행하는 것이다.
행하기 어려운 의무를 행할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
이 책은 읽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난 후에 이런 무한한 감동과 해방감을 주다니.
정말 어려운 의무(책 읽기)를 행하고 큰 행복을 누리는 기분이다.
주인공 나는 책벌레로 책과의 삶에서 떨어져 노동자들과 소작 농부들 같은 소박한 사람들과 살기 위해
크레타섬으로 떠난다.
그 여정에 갑자기 알렉시스 조르바가 동행하게 되고, 둘은 크레타섬에 도착해 석탄 광산 사업을 벌인다.
나는 처음에는 거칠고 너무나 자유분방해 보이는 조르바가 신경 쓰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조르바와 같이 지내면서, 그가 가진 삶의 열정, 자유의 갈망,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등을 알게 되고 점차 그의 삶에 스며든다.
조르바는 크레타 독립전쟁 의용군으로 뛰며 사람도 죽이고, 전쟁 후에는 잡상인으로, 막노동꾼으로 살며
자기 삶을 거침없이 주체적으로 사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얘기할 때도 이미 그것을 초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눈엔 동시대의 현상조차 이미 낡아 빠진 구시대의 현상으로 보인다.
그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인간미가 있고, 먹는 것, 일하는 것, 사랑하는 것, 모두 진심으로 대하며 무엇보다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산다.
조르바는 생각하기보다는 행동하며, 주인공 나에게 머리에 먹물을 뒤집어쓴 채 종이를 씹으며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꾸짖기도 한다.
조르바와 그동안 공들인 석탄 광산 사업은 실패를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나는 해방감을 느끼고 심장에 날개가 달린 듯한 기쁨을 누린다.
나는 조르바와 함께한 생활이 내 가슴을 넓혀주었고, 그의 말은 영혼에 안식을 주었으며, 가장 복잡한 걱정, 근심도 단칼에 자르듯 쉽게 해결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확한 직감과 독수리처럼 원시적이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지름길로 인도하여 문제해결의 정상에 이르게 했다고, 인생의 큰 교훈을 배웠다고, 인생의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는 조르바가 얘기하는 인생 명언들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 나는 이 말이 제일 와닿았다.
‘보스, 인간이란 건 바보 같은 거요.
모든 걸 너무 많이 생각하지요.
그러다 보면 삶은 놓쳐버려요.’
우리는 때론 너무 많이 계획하고,
너무 많이 생각해서,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는 항상 ‘그때 할 걸 그랬지’, ‘그냥 한번 해볼걸’ 하고 후회를 한다.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생각들은 어디를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 곁에 조르바가 있다면,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그의 ‘송가’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를 붙잡아라, 될 수 있으면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으로 믿어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고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