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투가 변했다.
남편은 내 말투가 지시하고 훈계하는 듯한 말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나랑 얘기하기 싫어하는 걸까?
암튼 남편이 그런 얘기를 해 줄 때도, 그런가? 하고,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낭독 수업 중에 불현듯 알게 되었다. 내 말투가 어떤지를.
처음에 낭독 수업을 시작할 때 만해도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못할 게 없을 거 같았다.
근데 한 번, 두 번 수업이 진행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열심히 읽고, 녹음하고 들어 본 내 목소리는 너무 낯설었고,
조금씩 내 목소리에 익숙해지자, 안 좋은 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의미나 단어를 강조하고, 단어를 이어서 말하고, 끝을 내리고,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다 머릿속에 있는데 정작 내뱉을 때는 잘되지 않는다.
아이들과 수업할 때, 몇 번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고, 다 알아들었다고
해 놓고 정작 문제는 틀려 놓고 할 때마다, 참 많이 답답했었는데.
이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낭독하면서 느낀 내 말투는, 너무 딱딱하고 무겁다는 거다.
좋게 말하면 책 자체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 읽지만, 낭독이란 게 글이 아닌
말이다 보니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다는 거다.
이걸 느끼는 순간, 샘도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가끔 글을 쓸 때도, 너무 정직한 글인가? 너스레도 없고, 위트도 없고,
그저 딱딱하기만 한 글 아닌가?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예전에 한 치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 치과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다.
나에게 평소에 이를 꽉 다물고 계시는 거 같다고.
설마요? 하고 되물으니, 샘이 아마 제 생각이 맞을 겁니다.
치아 상태를 보면 알 수 있거든요. 하셨다.
나는 그때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를 꽉 물고
살 수 있어?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사진을 찍어 보면, 너무 경직되어 있는 듯한 나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했다고 한 건데 왜 이런 모습일까?
그때 아. 내가 평소에 이런 모습이구나.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이도 꽉 물고 있고, 늘 긴장하고 딱딱한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 낭독을 배우면서도, 다시 한번 이런 나의 모습들에 놀란다.
아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고 살고 있는가 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부분들을 찾아내고,
알아가는 과정이 놀랍긴 해도 싫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우는 걸까?
다른 사람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며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걸까?
이제는 내가 나에 대해 점차 알아갈수록,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를 이해하고, 그 간격을 조금씩 좁혀갈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면 언젠가, 진짜 내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