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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낭독 이야기 3

by 재인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젯밤 잠이 쏟아지는 대도 빨래 하느라 안 자고 버티면서 과자를 먹은 탓이다.


이 정도로 머리가 아픈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머리가 울렸지만 일어나 편두통 약을 먹었다.

문득 시계를 보니 8시 40분이다.

오늘은 수요일이고, 오전 10시에 도서관에서 낭독 수업이 있는 날이다.

잠깐동안 안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곧 가기로 마음먹고, 얼른 씻고 외출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7장을 연습하는 날이다.

7장은 주인공 빌이 자신의 위선을 떨쳐내고, 수녀원에서 세라를 데리고 나와서, 마침내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내용으로,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주인공 빌 펄롱은 본인의 선택으로 다가올 대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사람이 살면서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의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을 마침내 해냈다고 생각하는 부분으로, 빌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빌의 내면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빌의 독백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다행히 시간 맞춰 도착했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늘 수업의 첫 부분은 오늘 연습할 부분의 내용과 주인공의 심정, 그리고 각자가 마음에 품은 문장들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책을 깊이 있게 읽는 것도 좋은데, 중요한 장면이나 문장의 의미 등에 대해 같이 의견을 나누는 일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와 같은 의견이면 공감을 하고, 나와 다른 문장들을 고른 이에게서 이유를 듣고, 또 다른 발견에 감탄을 하기도 한다.


이제 7장을 돌아가면서 낭독하는 시간이다. 모두가 숨죽여 다른 이들의 낭독을 들어 보고, 샘은 낭독을 듣고, 좋은 점과 고쳐야 할 점을 알려주신다. (내가 듣기엔 다들 너무 잘하신다. 연습을 정말 많이 하고 오시는 것 같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다행히 집에서 여러 번 연습했던 구간이다.

떨리지만 열심히 낭독을 마치고 피드백을 기다린다.


샘은 내가 글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끓어 읽기가 정확하지만, 중간에 끓어 읽는 부분의 어조가 낮고, 이것이 다소 반복적이라, 낭독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심심하다고 하셨다. 역시 어조 문제이다.

어조란 말의 가락, 즉 말투라고도 한다. 다시 말하면 고치기 어렵다는 거다.


연습할 때 어렴풋이 내 어조가 낮고, 반복적이라는 걸 깨달았었는데, 짧은 순간 느낀 거라 금방 잊어버렸다.

계속 인지하면서 연습했어야 했는데.


참~~ 할수록 어려운 낭독이다.


나는 지금, 낭독을 우습게 보았다가 큰코다치는 기분이다.


찜찜한 기분에 수업이 끝나고, 다음 주에는 대화 장면을 연습해 오는 것이 과제라고 한다.

대화문은 더 어려운데. (대화문은 연기가 필요하다.)


갈수록 태산이다.


집에 오는 길에 전에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동지와 함께 오게 되었다.

(이분이 낭독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주신 분이다.)


내가 오늘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걱정을 하니, 본인도 처음에는 어조 때문에 많이 지적받고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계속 인지하고 연습하면 좋아진다고 하신다.

본인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긴 내가 볼 때 이분은 거의 프로급으로 잘하신다. 샘도 이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하셨고.


이분의 얘기를 듣고 보니 조금 희망이 생긴다.


그래. 무언가를 배울 때, 처음에는 다 그렇지.


다시 시작하자. 처음의 마음으로



아, 그래도 대화문은 너무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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