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흔히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그리고 서로의 MBTI를 물어보며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져본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성격을 16가지 형태로 정확하게 나눌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다는 데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에 대해 사람의 감정을 한, 두 가지로 단정하여 말할 수 있을까?
가령,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대부분은 슬프다는 감정을 가진다.
하지만 부모의 죽음에 모두가 같은 감정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인공 뫼르소는 내성적이고 냉담한 사람이다.
그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것에 무관심하며 죽음, 인간관계, 사회적 규범들 또한 무시하는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
그는 레옹이라는 친구와 얽히면서 어느 날 우발적인 살인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은 그가 미리 계획한 범죄가 아니고, 오히려 그가 상대방이 칼을 꺼내는 행위를 햇빛 때문에 오해한 상황에서 벌인 정당방위였을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이 사건이 미국에서 재판받았다면 정당방위로 무죄가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우발적인 사건에 대해 너무 가혹한 판결을 받았다.
재판 당시 검사는 그가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냈고,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도 않고 너무 담담한 태도를 보였고, 그가 어머니 장례식 후에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해변에 가고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며, 그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다.
그러면서 그가 미리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계획된 살인을 했다고 몰아간다.
이 사건은 그가 냉담한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그가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냈기 때문에도 아니고, 어머니 장례식에서 그가 울지 않았기 때문에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재판은 뫼르소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법정에서는 그가 불효자임을 강조하고, 그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그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그가 살인을 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근데 그가 죄를 뉘우치고 반성을 하면 감형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죄가 더 가중되는 것인가?
그가 불효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는데, 혹 그가 불효자라고 해도 그것이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 글이 나올 당시 1940년대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으로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 당시는 독일의 라이슈타그 재판, 모스크바의 재판 등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재판의 시대라고 불렸던 시기였다.
암울했던 시기에 프랑스 사회는, 이 재판을 통해 무엇을 구현하고 싶었던 걸까?
뫼르소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과 타인을 분리하고, 감정을 배제하고, 본인의 사건조차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신을 믿지 않고 인간의 존재는 무의미하며, 종교, 도덕, 사회를 지배하는 사회적 규범과 질서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가 그의 삶에서 이방인이 된 것이 마침내 문제가 된 것일까?
고대 그리스 아테네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도망갈 수도 있었던 상황을 거절하고 독배를 마셨던 것이 생각난다.
뫼르소 역시 상고를 포기하고 사형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가 처형되는 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진짜 이 세계의 이방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