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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이유 2

by 재인

아침부터 낯선 봉화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걷고 하면서 도착한 곳은 중량 구립도서관이다. 이곳에 온 이유는 은유 작가의 강연이 있어서이다.


중량 구립도서관은 올해 내 삶을 바꾸는 인문 생활 “이음:인문학”이란 주제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다양한 작가들 강연이 있다. 미리 알았다면 지난달에 ’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를 보러 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오늘 은유 작가를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설레었다.


은유 작가의 오늘 강연 주제는 ’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이었다. 은유 작가는 ’ 해방의 밤‘이란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되었고 또 그녀가 글쓰기 수업을 한다고 해서 알아보다가 ’ 글쓰기 상담소‘란 책도 읽게 되었다.

쓰기를 시작하면서 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좀 보았었는데 내게는 ’ 글쓰기 상담소‘가 제일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글을 쓰는 르포작가이기도 한데 오늘은 이 부분에 관한 강의였다. 그녀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으려면 우선 자신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자기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면 그제야 다른 사람의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요즘 들어 ’ 역지사지‘란 말이 새삼스레 참 어려운 말이구나를 깨닫고 있다. 역지사지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말이다. 살면서 점점 더 나의 입장만 중요해지고 그러다 보니 남의 입장이 되어 보기가 어렵고 또 어떤 면으로는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말이 참 어렵게 다가왔다. 그런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려면 먼저 자신의 아픔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는 말에서 문득 떠올랐다.

내가 요즘 책을 읽고 강연들을 쫓아다니고 그것들에 대해 쓰기를 왜 하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쓰기를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오늘 보니 나는 그동안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겪은 아픔들을 꺼내어보고 쓰기를 통해 정리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쓰기를 하면서 조금씩 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고 나도 모르게 내가 힘들었던 부분들을 조금씩 치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화가 날 때 쓰기를 하고 누군가는 슬픔을 억누를 길이 없을 때 쓰기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화가 난 부분들에 대해 쓰고,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는지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고 회복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쓴다. 쓰기를 통해 나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되면 나아가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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