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다. 언론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언론의 자유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언론은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언론에 대한 것이다.
언론은 흔히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지만 국민이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들은 어떻게 판단하는 것일까? 국민이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은 일들을 파헤치고 기사를 쓰는 것은 왜일까?
카타리나 블룸은 6살 때 폐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병원에 있는 어머니와 교도소에 있는 오빠까지 다소 가정사는 불행하지만 명민하고 성실하게 가정부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녀는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는 강도범인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그가 도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일로 인해 그녀는 경찰 조사를 받고 하루아침에 그녀의 신상이 낱낱이 언론에 까발려진다. 그녀의 가정사가 밝혀지고 그녀의 이혼 경력이, 그녀가 어릴 적 어떤 아이였는지까지 언론은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그녀가 강도범과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으며 이 일을 계획했으므로 몰아간다. 그녀의 어머니는 암 수술 직후라 인터뷰가 거절당했는데도 기자는 페인트공으로 위장에 병원에 가서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고 딸이 어떤 상황인지 밝힌다. 이후 어머니는 충격으로 사망하고 그사이 강도범은 체포된다. 강도범은 그녀가 이 일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언론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녀는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 그녀가 왜 언론의 표적이 되었는지 생각하다 그녀에 대해 줄곧 악의적인 기사를 쓴 그 기자와 인터뷰하기로 한다. 그녀와 만난 그 기자는 그녀를 성적으로 희롱하고 그녀는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인다.
그녀가 범죄자의 도주를 도운 일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 이렇게 언론의 추격을 받고 평범한 한 여성을 사지로 몰 수 있는가? 하물며 언론에 밝혀진 그녀의 이야기는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또한 한 기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사망했다. 누구의 책임인가? 언론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주었는가? 누구의 알 권리인가?
요즘 언론은 어떤 사건에 대한 기사가 뜨면 그 기사에 대해 사실확인을 하고 취재하여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베껴쓰기를 한다고 한다. 사실 나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우리 구에서 주민기자단으로 일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해서 기사를 쓰고 구청으로 보낸다. 그러면 우리 구에 있는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나기도 한다. 지난달에 내가 쓴 기사가 두 군데 신문에 나왔는데 그중 한 신문은 취재기자로 내 이름이 써있었다. 근데 한 신문에는 내 기사 내용과 사진도 똑같이 싣고 다른 기자 이름이 쓰여 있었다. 구청에 담당 팀장님께 여쭤보니 구에서 주민기자단 이름을 실어달라고 요청을 드리는데 가끔 잘 되지 않는 신문사가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늘 신문사에 요청을 드리고 있다고 하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게 요청을 해야 하는 일인지 궁금하다. 물론 나는 정식 기자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사와 사진을 자기네 신문 기자 이름으로 내보내는 것이 맞는 일인가? 나는 잠깐 기분 나쁘고 말았지만, 이 작은 일로 인해 언론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가짜 뉴스도 너무 많고 쳇 GPT도 거짓말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점점 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더욱이 나부터라도 허위 보도를 가려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쉽게 클릭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꿈꾸는 사회는 거창하지 않다. 그저 억울한 사람은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