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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을 만나다

by 재인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예술의 전당은 서너 달에 한 번쯤 가는 곳이다. 내가 보고 싶은 전시가 그곳에서 많이 열리기도 하고 또 가기 편하기도 하다. 물론 대중교통은 지하철 타고 버스로 갈아타야 해서 번거롭지만 다행히 남편이 같이 가주는 덕에 나는 운전석 옆에 앉아 편하게 다녀온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마르크 사걀 전시회가 있어서이다. 샤갈은 19세기 프랑스 화가로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동시대 화가로는 마티스와 피카소가 있다. 샤갈의 작품은 그동안 많이 보지 못해서 오늘 전시가 무척 기대되었다. 한편, 지난번 고흐 전시회 때 사람이 많이 몰려서 제대로 관람을 못했던 것이 생각나서 혹시 오늘도 사람이 많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도착하니 다행히 입구에 사람이 없었다. 우린 표를 받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전시 첫 번째는 사걀의 흑백 스케치였다. 주로 염소, 당나귀, 수탉, 음악가들의 그림이었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그림은 정말 잘 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은 의뢰받은 작품으로 라폴텡 우화 그림들과 성서 그림이었는데 샤갈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라폴텡 우화 책을 한 권 사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종교가 불교이다 보니 성서를 이해하지 못해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마지막 부분은 꽃 그림이었는데 여기가 하이라이트인 것 같았다. 색채를 잘 쓰는 사걀이 그린 꽃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샤갈의 꽃들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현실과 상상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작가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생폴의 작업실”이란 그림인데 왼쪽에 작은 창가가 있고 창가 밖엔 초록 풀들이 보이고 탁자 위에는 유리컵들이 깨끗이 씻겨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림 가운데에 놓인 초록색 화병에는 노랑, 보라, 분홍, 하얀색의 들꽃 같은 꽃들이 하나 가득 꽂혀있다.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밝은 기운과 산뜻함이 느껴져서 왠지 부엌에 놓으면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초현실주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샤갈은 밝고 몽환적인 그림에 시선을 끄는 색채를 사용하여 초현실주의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림들을 다 보고 나니 샤갈이 색을 쓰는 방법, 기법, 몽롱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만의 표현 방법들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사걀의 색채 미학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는 오늘 19세기로 돌아가 샤갈을 만났다. 그리고 그의 그림들을 통해 초현실주의를 이해하고 색을 잘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혹시 그림을 통해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면 당장 샤갈을 만나러 가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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