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알람이 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 어젯밤 10시 좀 넘어서 잠이 든 거 같은데 다행히 그 이후로 깨지 않고 잘 잤다. 어제 주말이었지만 출근을 해서인지 많이 피곤했고 그 여파로 잠은 잘 잔 거 같다. 이상하게 주말에 출근을 하면 평소 근무시간의 절반도 일하지 않는데 왜 이리 피곤한지 모르겠다. 아마 주말은 쉬는 날이라는 게 내 머릿속에는 각인되어 있나 보다. 아무튼 잘 잤고 오늘은 ‘잘살아보세’ 팀에서 강원도로 라벤더 축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잘살아보세’ 팀은 우리 아이들이 7세 때 유치원에서 만난 엄마들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언제나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맡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큰 언니와 주로 우리가 다닐 여행을 계획하고 좋은 곳을 찾아내고 같이 다니자고 바람 잡는 둘째 나와 항상 조용히 언니들을 잘 맞춰주고 동생도 잘 챙기는 총무 역할을 하는 셋째, 그리고 우리 팀에서 운전도 도맡아 하고 여행 가면 언니들 사진도 일일이 찍어 주고 모든 걸 챙기는 실질상 리더인 막내까지 총 4명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7세일 때 만나 고3이 될 때까지 10년 넘게 만나며 서로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지내면서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나 언짢은 마음이 왜 없었겠냐 만은 그래도 한 번도 다툼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지내왔고 그래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하고 돈독해진 사이가 된 거 같다. 그중 우리 팀 막내는 좀 특별한데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큰 언니와는 10살 차이이다.) 가끔은 나와 큰 언니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가 있고 언니들 각자가 원하는 것을 잘 알아보고 챙기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에게 인생 상담을 해주며 따뜻한 위로와 위트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너 몇 살이니? 나이 속였지? 하면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일찍 출발을 해서 인지 차도 안 막혔고 오면서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셨는데 생각했던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을 했다. 오픈 시간은 아직인데 주차장은 벌써부터 만차가 될 정도로 차들로 가득하고 매표소 앞에도 사람들이 빽빽하다. 그래서일까? 직원들은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서둘러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우리는 우선 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가서 걸어 내려오면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전망대에서 본 라벤더 정원은 두 곳이었는데 두 눈으로 본 보랏빛 정원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라벤더 정원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눈으로 보는 보랏빛 꽃들도 예뻤지만 무엇보다 코로 맡아지는 향기가 너무나 좋았다. 평소에 불면증에 좋다는 라벤더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연에서 느껴지는 라벤더 향은 은은한 허브향에 달콤하기도 하면서 그윽하고 묵직한 향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드넓은 보랏빛 라벤더 정원에 바람이 불 때마다 코끝으로 전해지던 라벤더 향이 느껴지는 거 같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다소 막혀서 막내가 고생을 하긴 했지만 언제나처럼 우리는 오늘도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또 새겨 넣었다. 이제는 서로에게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 버려 훗날 나이가 더 들면 우리 같이 살까? 하는 얘기도 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얘기가 진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끔은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 친구도 별로 없는 나에게 이 소중한 인연이 어떻게 왔을까. 하며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이 귀한 인연이 잘 이어져서 더 이상은 사람으로 인한 마음 아픈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