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부쩍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우주에 관한 책들을 보며 우리 지구와 다른 행성 간의 크기는 얼마나 차이가 나지? 얼마나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부딧치지 않는 걸까?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 우주에서 중심이 아니라며? 이런 은하가 수십억 개가 있다는 게 말이 돼? 우주의 지도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등등 우주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자 남편은 어느 날 유튜브 채널에서 찾은 영상들을 몇 개 보여 주었다. 아주 작은 수성부터 이름은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불지옥인 금성, 우리가 사는 푸른 지구를 지나, 지구와 가장 가까운 화성, 거대한 목성, 태양계에 가장 많은 위성을 보유한 토성, 수직으로 누워서 자전하는 천왕성, 태양계에서 가장 멀어 강한 바람과 극한 추위의 해왕성 그리고 정말 크고 아름다운 우리의 태양까지 그렇지만 우주에는 태양보다도 더 큰 행성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 놀라웠다. 다음에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우주 지도를 볼 수 있었는데 나선은하, 나선팔, 은하단 등 책으로만 보아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용어들을 눈으로 보니 갑자기 이해가 확 되면서 가슴이 벅찼다.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 있는 내게 남편이 지금 실시간으로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우주비행사들 모습인데 볼래? 했다. 그래? 볼 수 있어? 가능한 거 같아. 그리고 우리는 지구 밖 우주비행사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채널을 통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주정거장은 지구 바로 밖에서 지구 궤도를 따라 돌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우주선에 문제가 있는지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 두 명이 우주로 나와 케이블 같은 긴 선에 연결되어서 우주선을 고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화면에는 지금 지구의 대서양쪽을 지나고 있다는 자막이 나왔다. 앞에 두 영상도 근사했지만 나는 우주비행사들의 생생한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면서도 멋져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으로 본 태양의 반대편으로 마치 밤인 것 같은데 도시의 불빛들로 화려한 지구의 모습이 너무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날 그렇게 본 우주와 지구의 모습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내가 본모습이 바로 이 책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궤도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여섯 명의 우주비행사의 하루를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24시간 동안 16번의 일출과 16번의 일몰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들 마음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감정과 지구에서의 일상과 우주 자체의 아름다움이 녹아있는 글이다. 우주정거장에 모인 여섯 명의 우주비행사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우주비행사가 되었고 9개월 동안 같이 생활하며 각기 맡은 임무를 수행하며 지내게 된다. 모두 지구에서 우주로 오기 전 무중력에 관한 다양한 훈련을 받았지만 미세중력이 흐르는 우주정거장은 똑바른 방향이 존재하지 않아 똑바로도 거꾸로도 아닌 자세로 떠서 생활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90분마다 밖에서 태양이 떠올랐다가 졌다가 하는 동안 인위적으로 정해진 밤에 지상 250마일 우주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우리가 가끔 우주에 관한 영화를 볼 때 보았던 장면처럼 우주비행사들은 식사할 때도 일을 할 때도 거의 줄에 묶여있지 않으면 생활하기가 어렵고 그 흔한 식사 후에 커피 한잔 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으면 미세중력 상태에서 빠져나간 근육 때문에 팔, 다리가 가늘어지고 나중에 지구로 돌아왔을 때 자칫하면 걷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가끔 찬 바람과 거센 빗방울, 가을 낙엽, 빨개진 손가락, 진흙이 묻은 두 다리, 호기심 많은 강아지, 화들짝 놀란 토끼, 고인 웅덩이와 그걸 밟아 젖어 버린 발, 야트막한 언덕, 곁에서 함께 뛰는 사람, 햇빛 한 줄기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궤도에 있다 보면 영영 떠나고 싶지 않은 욕망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도 찾아온다. 실험실 선반에서, 리소토와 닭고기 카술레 팩에서, 스크린 패널에서, 스위치 패널에서, 스위치와 환기구에서, 바닥이 벽이고 벽이 천장이고 천장이 또 바닥인 공간에서, 더없이 밋밋한 공간이지만 사방에서 행복이 들이닥쳐 너무 커지고 팽창하고 충만해지기도 한다.
그들은 지구를 돌며 처음에는 화려한 도시 불빛을 외피에 두른 지구의 밤 풍경에 매료되나 나중에는 인간이 없는 땅과 바다의 단순함, 마치 한 마리 짐승이 되어 숨 쉬는 듯한 지구, 무심한 우주 속 지구의 무심한 회전, 모든 언어를 초월하는 구체의 완벽함 등 낮의 지구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땅과 바다 사이 말고는 어떤 경계도 없는 모습을 보며 기쁨과 불안, 황홀과 우울, 애정과 분노, 희망과 절망을 느낀다.
가끔은 우리가 사는 지구, 지구가 속한 은하계 그리고 은하계를 넘어 저 아득한 우주를 떠올리면 나는 한낱 먼지만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자연스레 내가 가진 고민들이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세상 사는 일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도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7번째 우주비행사가 되어 그들과 같이 궤도를 돌며 지구를 감상하고 우주유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책을 끝냈을 때는 마치 임무를 완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