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10분,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깬다. 오늘은 방생기도를 가는 날이다. 오전 6시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잠결에 씻고 나오니 카톡이 난리다. 남주 언니는 벌써 나와서 선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카톡에 답이 없는 걸 보니 선희가 아직 자나 하고 생각했지만 나도 늦을 거 같아 서둘러 머리를 말리고 대충 화장하고 (화장이랄 것도 없지만)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마다 레몬 물을 한잔씩 마시는 습관이 있는 나는 가져갈 레몬수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늦었다고 생각은 안 했었는데 일행들이 벌써 차에 타고 있었다. 28인승 리무진 버스 2대, 소형 승합차 2대가 같이 가는 모양이다. 우리 버스는 리무진 버스 2호 차다. 자리에 앉고 보니 선희가 자고 있어서 남주 언니가 깨워서 나왔다고 한다. 아. 안 그래도 그럴 거 같더니. 선희는 세수만 하고 나왔다며 옆에서 뭘 계속 찍어 바른다. 이제 출발이다. 내 첫 방생기도.
방생기도란 살생이라는 것과 는 반대의 개념으로 불교에서 쓰이는 용어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짐승 동물 또는 작은 물고기나 심지어 곤충을 살려주며 잘 살아가라고 풀어주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생을 금하면 공덕을 얻은 것은 물론 자비를 실천할 수 있다고 한다. 주지 스님께서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면서 한 가지 얘기를 해주셨다. 옛날 깊은 절에 한 동자승이 있었는데 어느 날 큰 스님께서 동자승의 얼굴을 보니 앞으로 생명이 7일 정도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자승을 불러 집에 부모님을 뵙고 8일째 되는 날 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큰 스님 생각은 동자승이 죽기 전에 부모님을 보게 해 주려는 마음이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자승은 신이 나서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동자승이 개울을 건너가는 중에 물에 개미 떼가 한가득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동자승은 개미 떼를 손으로 모아 안전한 곳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가던 길을 떠나 집으로 가서 부모님을 잘 뵙고 8일째 되는 날 다시 절로 돌아왔다고 한다. 큰 스님이 깜짝 놀라 동자승을 보니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걷어져 있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개미 떼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아. 네가 순수한 마음으로 개미 떼를 살린 것이 네 생명을 이어 주었 구나 하면서 기특해하셨다고 한다. 주지 스님은 이 얘기를 해 주시면서 우리가 방생을 하는 목적을 잘 전달해 주셨다. 주지 스님은 우리는 방생을 하기 위해 따로 물고기를 사서 하지 않습니다. 방생을 한다는 이유로 물고기를 잡아서 방생을 하면 물고기에겐 이중의 고통이지 않겠다며 우리는 그냥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 기도만 한다고 하셨다. 참 좋은 마음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한 시간 남짓 가서 휴게실에 잠깐 쉬게 되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생땅콩을 넣은 찰밥에 된장국, 김치, 김으로 한 사람씩 상을 차려 주셨다. 아침이란다. 와우. 나는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상태라 밥을 먹는 것은 부담스러워 조용히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밥을 다 먹고 나니 이번에는 달달한 믹스 커피를 한 잔씩 주신다. 그 후에도 간식이 이어져 나왔다. 맛있는 콩떡에 과일도 주시고 사탕에 초콜릿에 과자까지 오늘 다 먹지 못할 거 같다.
드디어 도착한 죽도암, 이곳이 오늘 방생기도를 할 곳이다. 양양에 몇 번 와봤지만 죽도암은 처음이다. 날도 포근하고 파도도 잔잔하고 푸른 하늘에 파란 바다 정말 좋은 날이다. 바다 앞에 한 상 가득 차려지고 기도가 시작되었다. 사실 난 절에 다니면서도 한 번도 기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본 적이 없었다. 아직 불심이 많이 부족 한 지 1시간 이상씩 걸리는 기도를 참아내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늘 기도 중간에 나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을 거 같다. 나보다 어린아이들도 얌전히 앉아 있는데 중간에 일어날 핑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스님이 하시는 염불 소리를 듣고 있자니 참 신기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 어릴 적에 엄마가 방생 기도를 다니신 거 같은데, 어린 난 엄마가 가끔 틀어 놓으시는 불경 소리가 싫었었는데.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절에 다니긴 했지만 그저 흉내만 내는 신자였는데, 올해 아들이 고3이 되고 또 삼재에 아홉수라니 왠지 방생기도를 와보고 싶었다. 아니 올해는 뭔가 열심히 기도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랄까. 아침에 오는 버스 안에서 주지 스님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이렇게 바라는 게 많구나 생각이 든다. 다리가 슬슬 저려 올 때쯤 다행히 기도가 끝이 났다. 기도를 끝까지 참여해서인지 참 뿌듯했다.
순수하진 않은 욕심 많은 기도가 올해는 부디 이뤄지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