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다.

by 재인

나는 20대 초반에 운전면허를 땄다. 도로 주행도 받았다. 막 운전이 하고 싶을 때는 아직 어려서 아빠가 차를 내주지도 않으셨고 내 차를 구입할 만한 배짱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소위 말하는 장롱면허가 되었다. 워낙 겁도 많고 길치라서 이제는 운전을 하라고 해도 못 할 거 같다. 별로 하고 싶은 욕망도 없고 말이다. 그런 나에게 오늘 내 안의 질주 본능을 깨워 주는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란 영화이다.

잘 나가던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F1 경기에서 우승을 코앞에 두고 큰 사고로 추락하게 된다. 그 후 소니는 다른 레이싱 경기를 맴돌다 다시 F1에 복귀하고 공격적인 드라이빙으로 순식간에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인 조슈아와 번번이 부딪치게 되고 이것은 조슈아의 사고로 이어진다. 조슈아는 천재 드라이버이지만 아직 어리고 미숙한 점이 많은데 사고 이후로 소니와 화해하고 다시 레이싱에 집중한다. 소니와 조슈아는 마침내 전략적이고 멋진 팀플레이로 F1 아부다비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


내용은 아주 전형적인 스포츠 성장 드라마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심장이 두근대는 강렬한 배기음과 폭풍적인 속도감, 그리고 현장감 넘치는 레이싱은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다. 레이싱에 대한 특별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고 전개도 무척이나 빠르다. 거기에 멜로도 적당히 녹아있고. 흥겨운 음악도 한몫한다.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최신작인데도 왠지 90년대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그런 영화이다. 브래드 피트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잘 생겼고 오히려 중후한 느낌이 더해져 젊었을 때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흠뻑 레이싱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우승했을 때의 짜릿함. 바로 이것 때문에 남자들이 레이싱에 미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300Km가 넘는 속도는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영화 속에서 브래드 피트는 레이싱을 할 때 어느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마치 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의 그 기분을 느끼려고 바로 레이싱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사고도 많고 위험한 일인데 영화 속에 서라서 그럴 테지만 레이싱의 세계는 참 멋져 보였다. 그리고 오직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그 삶을 살아가는 영화 속 브래드 피트의 삶도 좋아 보였다.

며칠 전에 전 개그맨이자 현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고명환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여러 가지 얘기 끝에 우리에게 스스로의 프레임을 깨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정해 놓은 편견, 나 스스로 정한 한계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라는 얘기였다. 문득 나도 언젠가부터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나의 한계를 정해 놓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오십이 넘으면서 이제 인생 2막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에 도전을 하면서도, 스스로도 예전 20대에 꿈꾸던 일들은 이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지 반성이 되었다.

그래, 지금은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에세이를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10페이지가 넘는 단편도 쓰고, 한 권의 장편도 쓸 수 있겠지. 그저 쓰는 것이 좋아서 한다고만 생각하지 말아야지. 꼭 작가가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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