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을 하는 이유

by 재인

내가 처음 낭독을 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막연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때문이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하다 이것저것을 체험해 보며 느낀 점은 그래도 나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였다.

처음에 아크릴화를 도전했을 때 일이다. 나는 원래 그림을 잘 못 그린다. 재주도 없고 워낙 학교 다닐 때 그림 못 그린다고 미술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아서인지 유독 그림에 자신이 없었다. 지적 한 번 받았다고 위축되었던 그때 내 모습을 보면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 걸로 위축되고 그래. 하고 털어버리지 못한 나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아마 지금도 그런 말을 들으면 그때처럼 티가 나진 않아도 난 속으로 많이 위축될 거다. 그래서 큰맘 먹고 도전을 해 보았는데 역시나 그림은 나에게 벽처럼 느껴졌다. 물론 원데이클래스 샘은 그런 단순한 그림조차도 좋다고, 잘한다고 하셨고 나름 재미있게 알려 주셨지만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진 못했다. 내가 그림에 재주가 없다는 것만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었다. 좀 꾹 참고 계속하다 보면 늘겠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에 도전해 본 것은 스페인어 배우기였다. 영어 외에 다른 언어를 하나 더 배워보고 싶었는데 독일어는 대학 때 전공을 해서 조금 알고 있었고 중국어는 왠지 배우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것이 스페인어다. 처음 배운 스페인어는 재미있었다. 열심히 복습을 하며 따라 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나자 조금 시들해졌다. 스페인어는 영어랑 문법이 같은 부분이 많아 단어만 알면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는 게 내 계산이었다. 스페인어로 된 책을 볼 것도 아닌데 더 열심히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낭독이다. 낭독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배울수록 어렵게 느껴졌다. 하물며 낭독샘에게 지적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사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기 싫으면 그만인데 난 6개월이 넘는 이 시간까지 낭독을 배우고 있다. 낭독이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은 매일매일 내 목소리 컨디션이 다르고 그에 따라 낭독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같은 내용인데도 매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내가 아직 초보이고 아직 내 목소리를 조절하지 못하고 언제 어떻게 다르게 내야 하는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점은 낭독이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름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내용을 완전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내용에 심취해서 주인공 혹은 다른 인물들까지 어떤 마음인지를 생각하고 연기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생각한 낭독은 말로 하는 연기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에 낭독을 할 때 어색해서 지적을 받았던 거였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봤다. 그럼 나는 연기를 하고 싶은 걸까? 왜? 내가 생각하기에 연기를 한다는 것은 나를 드러내는 행위 같다.

나는 글을 쓰는 것도 내 안에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였는데 낭독도 같은 의미인 거 같다. 이제 나는 나를 감추고 참기보다는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은가 보다. 그걸 글로도 낭독으로도. 낭독을 하고 싶은 이유를 정확하게 깨닫고 보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여름 내내 책 한 권을 녹음하기로 한 작업이 이제 2번 남았다. 2번만 더 녹음하면 내가 녹음한 파일이 도서관에 남게 된다. 처음 낭독을 배울 때 보다 책 한 권을 녹음하면서 나 스스로 많이 성장한 거 같은데 가을학기에 다시 낭독 수업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다. 늘었다고 칭찬을 받을지, 여전히 지적을 받을지. 하지만 이제는 지적을 받아도 괜찮을 거 같다. 내가 왜 낭독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으니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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