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by 재인

전에 읽었던 책들에서 종종 언급도 되었고 명성이 자자해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빨간 망토 같은 외투를 입고 머리에 하얀 뿔이 달린 모자를 쓰고 바구니를 들고 있는 여성이 뒷모습이 실린 책의 표지는 책을 읽기 전에는 동화 빨간 모자와 늑대를 생각나게 하면서 좀 종교적인 느낌도 들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읽은 후에는 여성의 뒷모습이 담벼락에 그림자로 비춰 보이는 것까지 보이면서 어둡고 조심스러운 느낌인데 빨간색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뭔가 공포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설레스트 잉의 ‘우리의 읽어버린 심장’ 같은 디스토피아 책이다. 디스토피아가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작품이라면, 읽으면서 답답하고 불안하고 두려움마저 들게 하는 책이라면 나는 단연 이 책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오염, 전쟁 등으로 출생률이 급강한 미국에서 한 종교단체가 나라를 장악하고 가부장제와 전체주의 국가 ‘길리어드’를 세운다. 그들은 여성의 직업을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여성의 이름마저 빼앗는다. 암울한 세계의 오직 살길은 출생률을 높이는 것이라 여기고 여성을 ‘다리 둘 달린 자궁’으로 여기며 철저히 착취하고 아이 낳는 도구로만 여긴다. 여성들을 출산 능력이 있는 여성은 ‘시녀’라는 계급으로 출산 능력이 없는 여성은 ‘하녀’, 그리고 레드 센터라는 훈련소에서 시녀를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아주머니’라는 계급으로 나눈다. 계급에 따라 사령관의 부인은 파랑, 시녀는 빨간 옷을 하녀는 녹색 옷을 입는다.


‘멋진 신세계’에서도 사람들을 계급으로 나누고 계급마다 옷 색깔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렇게 옷으로 사람을, 여성을 구분한다는 자체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사는 한 부부가 아이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고 만다. 남편과 아이와 각각 떨어져서 그들의 생사도 모른 채 그녀는 시녀 계급으로 분류되고 ‘레드센터’에 들어가게 된다.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그녀는 한 사령관 집에 배치가 되고 그곳에서 사령관 부인과 하녀들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는다. 시녀라는 계급은 몸은 편할지 몰라도 이 사회에서는 그저 자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잠자리마저 정해진 날 그것도 사령관의 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일을 치러야 하는 현실이 그저 폭력적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2년 안에 임신하지 못하면 또 다른 곳으로 배치가 되고 3번의 기회를 놓치면 ‘콜로니’라는 오염된 노동지로 추방당하기 때문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원하는 사령관의 부인은 그녀에게 남편의 운전기사와의 잠자리를 제안한다. 선택권이 없는 그녀는 운전기사와의 잠자리를 갖고 어느새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엄격히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느끼면서도 그녀는 계속 그와 만남을 이어가고 어느 날 발각이 된다. 하지만 겁먹은 그녀에게 그는 메이데이(해방)라고 하면서 그녀를 탈출시킨다.

우리의 주인공 오브 프레드는 과연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을까? 책을 덮고도 믿기지 않은 상황에 놀랐고 한편 평범하다고 느꼈던 나의 현실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는 이 무시무시한 상황 설정이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나는 소설 속 모든 억압을 실제 역사에서 존재했던 사레에 기반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녀 이야기’는 허구의 공포가 아닌 이미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억압의 기록을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 책에서는 어느 시대보다도 개인의 자유가 박탈된 모든 눈이 서로를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이다. 기계화된 문명을 거부하고 개인의 생각조차 금지되는 인간을 인간이 아닌 도구로만 여기는 세상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해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세계 여러 나라들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시녀 이야기’의 이런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설정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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