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열정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by 진민

그는 지하철에서 생활을 하며 한예종에 가서 연기수업을 듣는다. 그는 허상 같은 것을 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배우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열정에 몸을 맡긴 채 달려가는 중이다.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달려가는 것, 그것이 열정이 아닐까 싶다. 열정이란 마음속 깊숙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즉 열정을 찾기 위해서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열정이란 연기이다. 그는 삶이 멋있어 보이지 않아도 연기라는 그의 열정과 함께 그저 전진하는 중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잠을 자며 생활을 한다. 그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에 주를 포기했다. 돈이 없어서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그는 자신의 내면의 열정을 찾고 이를 쫓기 위한 자신만의 장치라고 생각된다. 나의 외부에서 나를 지켜주던 최소한의 방어막중 하나를 버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이다.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삶,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다.

그리고 사람들 가운데서 거리공연을 하곤 한다. 거리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연기에 재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길이 아닌 그의 길을 찾으며 굉장히 미미해 보이는 꿈을 쫓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중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는 그의 길을 갈 뿐이다. 주체적인 길을 찾아가는 삶, 이것이 예술가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는 한다. 하지만 다시 깨어나는 곳은 또 같은 지하철 역이다.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갈등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아무리 이상을 좇더라도 현실적인 고민들과 생각들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일어나서 그의 내면이 가리키는 곳으로 한 발짝 또 앞으로 간다.


9분짜리의 흑백 영상이다. 영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정도로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하나의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친구 한 명과 함께 2일 동안 서울에서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나도 물론 영화를 전공하지도 이 친구도 연기를 전공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재밌는 것을 해보려고 노력했고 그에 따른 결과물로는 만족한다. 충분히 재미있고 보람이 생긴다. 나의 시선과 생각을 영상화하여 만드는 것이 어떻게 보면 허무해 보일 수도 있고 미미해 보이는 행동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하나둘씩 찍어가는 영상들이 나의 깊은 내면에서의 열정에 불을 지펴주는 장작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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