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향한 열정과 집착사이
섹슈얼하거나 잔인한 영화는 우리에게 시각적인 쾌감과 자극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자극적인 영화는 시각적인 자극에 멈추지 않고 내면에 정서적인 자극을 주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딱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섹슈얼하거나 폭력적인 장면 없이 이 영화는 충분히 자극적이다.
엔드류는 성공에 대한 욕망에 뒤덮여있다. 그는 드럼연주자로서 성공을 하고 싶어 한다. 단순히 그의 가족들에게 느끼는 자격지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성공이라는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한다. 플래쳐 교수와의 대화에서 앤드류는 "선이라는 게 있잖아요"라는 대사를 한다. 하지만 이 대사는 사실 앤드류에게도 적용되는 대사였던 것 같다. 앤드류의 열정은 대단하다. 하지만 이 열정이 어느 정도의 선을 넘는 순간 집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엔드류의 땀과 피는 드럼 위에 떨어져 그의 스틱질과 함께 사방으로 분출되기 된다. 칼과 총으로 나는 피가 아니라 드럼스틱과 함께 튀는 피는 잔인함 그 이상의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미친듯한 드럼 연주는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을 넘어 자신의 욕망을 탐하는 기이한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그의 욕망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자극적인 베드신 같기도 하다.
플래쳐 교수는 학생들을 정말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한계까지 몰아붙였을 때 그들에게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인물이 나올 것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열정도 분명 선을 넘어서 집착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이 집착은 과연 학생의 성공을 위한 것인지 본인의 명성을 위한 것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플래쳐 교수가 마지막 공연에서 엔드류에게 전혀 준비하지 않은 불가능한 연주를 주문했다. 플래쳐의 이 행동은 자신의 명성에 금이가게 한 엔드류에게 하는 복수처럼 보였다. 앤드류는 연주가 끝난 뒤 공연장을 박차고 나갔다. 플래쳐는 본인의 복수가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앤드류는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앤드류는 미친듯한 연주를 보여준다. 여기서 "미친듯한"이라는 표현은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미친 사람처럼 연주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본인을 열정을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처럼 보였지만 이 정도의 열정은 집착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예전에 학교에서 이영화를 대충 흘러가면서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냥 드럼을 치는 학생이 연습을 엄청 열심히 해서 드럼왕이 되는 이야기로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보고 나니 그런 영화가 아니었던 것 같다. 앤드류와 플래쳐 교수는 굉장히 비슷한 인물처럼 느껴졌다. 둘 다 열정이 넘어버려 집착이 되었고 두 사람의 성공이라는 욕망을 향한 집착이 점점 극에 달아는 모습이 이 영화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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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열정을 가지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원하는 것을 찾았을 때 열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열심히 노력하면 다 돼 라는 조언만큼이나 무책임한 조언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잘 배분하여 쓰는가가 참 어려운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에너지가 넘쳐서 어디에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은 멋있긴 하지만 누구나 이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에어지가 적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 넘어가면 부담을 느끼기에 정말 가까운 사람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편인 것 같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 열정을 쏟을 만큼 충분한 에너지가 없기에 항상 나에게 질문하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는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면 그것을 위해 열정을 쏟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열정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을 넘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열정이 넘어 집착이 되어버린 모습을 오늘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