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지우기

무분별한 데이터와 멀어지기

by 진민

SNS를 활발하게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생각이 없을 때, 나의 휴대폰을 보면 어느새 인스타그램을 보는 중이다. 인스타를 켜면 일단 친구들의 스토리를 본다. 내가 관심 있고 자주 보는 친구들의 스토리는 항상 제일 앞에 뜬다. 연락의 빈도 또는 그 사람의 스토리를 보는 횟수에 따라 순서가 정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내가 관심 있어하는 친구들의 스토리를 다 보면 그 뒤에는 내가 그렇게 관심 있어하지 않는 친구들의 스토리까지 보게 된다. 피드를 내리다 보면 친구들의 게시물도 보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이든 재미없는 이야기 이든 웬만하면 하트를 눌러준다. 호감 또는 긍정의 표시라기보다는 읽음 표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들을 다 보게 되면 돋보기를 누르다. 릴스나 게시물들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자투리 시간은 SNS와 항상 함께 했었다.


물론 나도 나의 이야기를 올리곤 했다. 자주 업로드를 하던건 아니지만 여행 갔을때나 아니면 영화나 술 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했던것 같다.대단한 업적을 올리는것은 아니지만 나의 사소한 일상에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좋아서 꾸준히 올렸던것 같다. 히지만 이런 방식의 SNS 이용을 완전히 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도파민 디톡스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멀어지고자 했던 데이터는 친구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친구가 맞는지부터 고민하게 되었다. 친구라는 개념은 매우 주관적이긴 하지만 나는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SNS가 기존 나의 울타리 바깥에 가상의 울타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같으면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없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SNS가 있기에 볼 수 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친구들이 오늘 어떤 밥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영화를 봤는지에 대한 데이터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이 데이터들은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무분별한 데이터들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 없는 데이터들에 영향을 받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 전화나 카톡으로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인스타는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서 인스타가 만든 가상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모조리 보게 만들어 나에게 무분별한 데이터 꾸러미를 던져준다. 그렇게 던저준 데이터 꾸러미는 사실 안 보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의지가 강력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앱이 깔려있으면 그 데이터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궁금하게 되고 보게 되고 영향을 받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안 보게 되면서 나의 이야기도 안 올리게 되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데이터들에 나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의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는 전혀 의미 없는 데이터일 뿐이다. 내가 타인의 이야기를 의미 없이 보는 것처럼 타인들도 나의 이야기를 의미 없는 데이터로 여길 것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공유하던 의미 없는 데이터들에 영향을 받고 휘둘리는 나의 모습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인스타를 지우고 타인의 이야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인스타를 지운뒤 유튜브 이용시간이 전보다 늘기는 하였다. 원래 유튜브를 많이 보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숏츠의 시청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것 같다. 그리고 왓챠피디아에 좀 더 자주 들어간다. 사람들이 새로운 어떤 영화를 봤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긍정적인 것은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가는 횟수가 증가했다.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가끔 글을 올리긴 하지만 글을 읽어본 적은 없다. 글을 읽는 것에 그렇게 흥미를 잘 못 느끼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인스타 그램이 없으니 손가락이 허전해 브런치 스토리에 좀 더 자주 들어가게 되었고 사람들의 글을 한 두 개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들만 읽기는 하지만 이렇게 텍스트와 조금씩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지운 것이 아직까지는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 무분별한 데이터들과 멀어지면서 좀 더 건강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기에 언제 다시 깔지는 모르겠다. 다시 까는 순간은 그 순간데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아마 무분별한 데이터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을 갖춘 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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