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행렬

장미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장미

by 진민

개인의 영혼은 끊임없는 부정에 의해 결국 자기 자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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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60년대의 일본 고전 영화이다.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하는 재팬무비페스티벌에서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영화는 일단 퀴어 영화이다. 60년대에 게이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일단 놀랐다. 요즘에는 정말 퀴어 영화가 유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영화들이 퀴어 감성을 다룬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이런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다는 점에서 왜 일본이라는 나라의 영화산업이 이렇게 발달되어 있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라는 것은 어쨌든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써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내뿜을 수 있는 판이 주어진다는 것은 영화제작자에겐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실험적인 영화가 그런 판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넓혀진 영화 판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 그 속에 훌륭한 작품들이 종종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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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굉장히 실험적인 연출이 많이 포함된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예술 영화에서 사용하는 식의 연출들이었다. 나는 이런 것들을 크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단순히 이는 직관적이지 않기에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게이의 삶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렇게 만들던 영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데 굉장히 난해한 방식의 영화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고 잘 모르겠다고 하자 영화를 만든 인물은 "영화의 보편적인 기준을 모두 버리고 지금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미술에 도화지가 있다면 영화에는 스크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 스크린 화면에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지 넣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구도, 장면, 대사 등등 여러 요소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 요소들에 하나하나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는 멀어지게 되고 해당 영화를 분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저 스크린위에 만들어진 영상들을 느끼고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저 지금 재생되는 영상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영화감상에 있어서 굉장히 건강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사는 영화를 넘어서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큰 자신감을 주는 대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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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가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모두들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어 살아간다는 이야기였다. 이 시절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느껴진다. 세상에 정보가 너무 많아졌고 이 정보들에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타인의 삶에 노출되기 쉬우며 본인의 삶을 노출하기 쉬운 세상에서 누구나 가면을 찾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가면을 쓰고 사는 삶이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가면이 너무 두껍거나 너무 의지하게 되면 가면 뒤에 있는 날것의 나의 모습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의 영혼은 가면 뒤에 존재하는 날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혼은 매우 연약하기에 세상에 직접 닿으면 항상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면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영혼을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면놀이에 너무 심취하게 되어 영혼과 멀어져 버린 사람들은 어느 순간 뒤 돌아봤을 때 낯선 본인의 영혼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낯선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 더 두껍고 튼튼한 가면들을 찾으며 그렇게 나의 영혼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가면에 집착하는 것을 멀리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편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게이는 게이바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여장남자 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명백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가면들은 사실 본인을 숨기고자 하는 가면일까? 일반적으로 가면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들의 가면은 어떻게 보면 그 반대인 것 같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내세우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가면자체는 거짓이긴 하나 이 가면 뒤에 그들은 누구보다 진실됐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자신의 가면을 자신의 영혼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명백하게 가면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마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는 기이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여장남자들의 이야기들이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무난하고 직관적이게 흘러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절의 분위기를 느낌과 동시에 새련된 소재와 실험적인 연출, 인간에 대한 깊은 철학적인 고뇌들이 영화를 주로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다시 한번 나에게 영화의 매력을 보여준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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