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을 기다리는 로비에서
영화란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을 많이 고심해 보았다. 영화는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관객과 감독의 의사소통 행위가 감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영화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슨 메시지나 교훈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가 전달된다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전달을 위한 최적의 장소는 영화관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입장에서 영화티켓 10장이 탐났다. 사실 영화관 아르바이트하면 연애 많이 한다길래 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다. 이제 1달 정도 근무를 해봤다. 아직은 티켓 검사하고 상영관 청소 등등 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업무들을 하는 중이다. 매점근무도 조금씩 배우며 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영화관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에는 영화관이란 영화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영화란 기본적으로 극장상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를 감상하는 기본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바를 하며 영화관에 있다 보니 영화관이라는 장소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주말에 근무를 하는 나는 티켓 검사를 하기 위해 통로에 서있으면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영화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뛰어다닌다. 그들이 무슨 영화를 볼지 한번 예상해 본다. 상영 스케줄을 보면 대충 각이 나온다. 아 저거 보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부모님이나 보호자는 주로 로비 의자에 앉아있는다. 그들은 캐리어에 팝톤과 음료를 가득 담아 두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른은 앉아있는다. 다른 테이블을 보자 학생들이다. 그런데 남녀 커플이다. 영화관 데이트를 하러 온 모양이다. 부러운 감정이 제일 먼저 든다. 둘이 팝콘과 음료를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음료는 하나지만 빨대는 두 개가 꽂혀있다. 둘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들의 웃음소리에 취해버릴 뻔 한 순간 입장이 시작된다. 키오스크가 있지만 연령확인을 해야 하는 영화가 있을 때에는 티켓검사를 해야 한다. 그럼 나는 관객의 티켓을 받아서 키오스크에 찍는다.
어르신 손님도 있고 학생들끼리 온 손님도 있다. 어르신들은 팝콘을 잘 드시지 않는 편이다. 팝콘이 없으면 청소할 거리가 줄어들어 좋다. 학생들끼리 온 경우에는 모두 각자 각각의 팝콘을 들고 있다. 맛도 각기 다른 맛이고 다들 한 손엔 팝콘 한 손엔 음료를 들고 한 명이 대표로 티켓을 내민다. 청소년 5명이 찍혀있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복도를 지나 상영관으로 들어간다. 커플도 있다. 여자는 가방하나 들고 있다. 반면에 남자는 팝콘과 음료를 양손에 들고 있다. 남자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티켓을 여자가 가져와 키오스크에 찍는다. 보통 영화시작 20분 전부터 입장을 받기에 20분 정도 이렇게 관객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있다. 영화시작시간이 되면 영화가 제대로 상영되는지 체크를 하러 간다. 웬만하면 잘 틀어진다. 이상 없음을 무전으로 전한 뒤 다시 로비로 돌아온다. 입장을 한번 하고 난 로비는 꽤 한산해졌다. 바닥엔 팝콘 쓰레기도 많으니 이걸 한번 쓸면서 천천히 로비 산책을 한다.
퇴장 청소를 하러 가는데 시간이 없을 경우 조금 일찍 들어간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관객들이 나오는 중에 들어가서 그들이 퇴장하는 것을 지켜본다. 지난번에 아기돼지 삼 형제 영화가 있었다. 애기들이 보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끝나자, 청소를 하러 갔는데 퇴장중인 한 아이가 부모님한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완전 재밌다 이거, 우리 이거 또 보러 오자".
상업영화, 예술영화 이런 것들을 나누며 영화의 예술성만을 높은 가치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물론 몇 년 전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화관 알바를 한번 추천한다. 영화관에 오는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커플은 웃고 학생들은 각각의 팝콘을 왕창 흘려가며 먹는다. 아이들과 부모님, 커플들, 어르신 부부들. 그들은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 한다. 이곳에서 서로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 어쩌면 감독의 이야기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관은 이 서로의 이야기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판매한다. 영화에 대해 '이 영화는 감정선은 다소 진부하지만 미장센은 인상적이며, 오브제들이 매혹적이지만 플롯이 지나치게 꼬여 있다' 같은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영화평론가도 아니고 영화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안 좋게, 재미없게 본 영화라도 누군가는 극장에서 나오며 이거 정말 재밌어라고 말하고 꺄르르 웃으며 혹은 울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나온다.
영화란 무엇일까? 영화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미디어매체이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며 서로의 사랑을 나누게 도와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은 이런 면에서 영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물론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다. 혼자서 영화를 볼 때는 감독과의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정말 가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도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영화관이란 영화를 감상하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문경에 영화관이 없어진다고 한다. 홈플러스 안에 있는 메가박스이다. 이 영화관은 내가 고등학교때 생겼다. 그전까지는 나라에서 해주는 예술공간에서 개봉한 지 2,3달 지난 영화를 3천 원에 틀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OTT로 영화는 다 챙겨볼 수 있지만 영화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감상할 공간이 없어지며,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할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졌다. 영화라는 매체와 점점 멀어지는 시골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동시에 나의 추억들도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