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가치는 많은 예술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루기 쉽기 때문일까? 아니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까? 그보다 나는 사랑이라는 가치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작품이라고 하면 각각의 의도나 목적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정점에 존재하는 사랑은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겐 너무나 애달픈 감정 일 것이다.
물론 나는 연애를 해본 적도 없다. 사랑을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갑자기 사랑에 대한 글을 적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에 <미러넘버 3>라는 영화를 보았다.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낮은 온도에서 굉장히 감각적으로 풀어냈다고 느꼈다. 이 감독의 영화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영화 6편을 보았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페촐트의 6편의 영화는 모두 사랑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남녀 간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속에 얽힌 감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었일까? 그리고 현실에 진정한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우선 <바바라>라는 영화는 동독과 서독의 분단 상황에서 펼쳐진다. 서독의 자유를 열망하며 동독의 억압 속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가치는 결국 어떠한 비참한 환경에서도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치 희망과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도 단순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이 자신이 꿈꾸던 자유의 기회를 어린아이에게 선사하며, 억압의 생활 속에 본인의 자리를 잡고 평범한 일상을 받아들이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을 사랑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디네>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가장 시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정 감성적이고 가장 매력적인 연출이 많다. 동시에 가장 몽환적이다. 물의 정령이라는 뜻을 가진 운디네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 "형태는 기능을 따라간다"라는 대사가 있다. 유동성과 자유성을 내포하고 있는 물의 특성처럼 사랑 또한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간의 관계가 즉 그들의 형태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본인의 울타리를 많이 쌓아도, 결국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울타리를 다 허물어 버릴 만큼, 그리고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 만큼 강력하고 동시에 파괴적인 감정 혹은 가치라고 생각했다.
오늘 <피닉스>라는 영화를 보았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내가 본 페촐트의 영화 중 정점에 위치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깊은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이야기가 극적이지 않음에도 긴장감이 유지된다. 수용소에서 얼굴을 잃고 돌아온 아내는 그녀가 꿈꾸던, 갈망했던 그녀의 남편을 만난다. 남편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그녀의 사랑은 수용소에서나 현실에 나와서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어두웠던 수용소와 반대로 현실은 굉장히 밝았다. 어둠 속에서 꿈꿔왔던, 갈망했던 그녀의 사랑이 빛이 드리어진 세상에서 바라보니 한낯 소박한 불꽃이었다. 깊이 사랑한 만큼, 많이 믿었던 만큼, 그리워한 만큼, 그녀는 애달프다. 어둠이 지나간 그녀의 마음엔 황홀한 사랑이 가득 찰 줄 알았는데, 공허한 빛이 메운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지독한 이야기들을 연달아 보았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 가장 유의미한, 가치 있는 상호작용을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의 마음속에 생기는 깊은 울림 그것이 사랑의 종소리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이 사랑의 종소리는 언제 울리는 것일까? 그저 남녀가 만나면 울리는 소리라면,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리 소중한 가치가 아닐 것이다.
이 종은 마음속 굉장히 깊숙한 속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라고 하면 손으로 하트를 그릴 것이고 마음을 가리키라고 하면 가슴을 가리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종소리를 울리기 위해서는 결국 이 깊은 마음속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관계의 맞은편도 말이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긍정적인 상호작용, 이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가끔 나는 누구보다 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담아 소통하기 위해서는 정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음에 저장되어 있는 정이 별로 없는 듯 싶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대할 때 이 마음속에 정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사실 그냥 안 궁금하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런 것을 궁금해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나눠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mbti를 좋아하는 사람은 " 아 그건 네가 T성향이 강해서 그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나는 뭔가 나의 마음속에서 사랑의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방어기제라 하면은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불만에 직면하였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 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은 어떠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떤 불안감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원천 봉쇄하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참 많이 느끼고 있기는 하다. 가장 큰 불안감은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말해서 내일이 두렵다. 새롭게 맞을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무궁무진한 상태이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해지지 않은 채, 내일이라는 시간을 맞이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같은 경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엄청난 변수로 다가올 것을 예상하여 나의 마음속에선 사랑을 위한 공간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듯싶다.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불확실한 것 같다. 이 불확실함은 불안감으로 확산되며 나의 사랑을 막는 방어기제로 발동하는 듯싶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을까? 사실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마음은 굉장히 깊은 폭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일, 그리고 그 마음속에 애정을 키우는 일은 사랑을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도 성공하지 못한 채 사랑을 꿈꾸고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평생에 걸친 숙제일 수도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나의 진정한 마음속에 접속하는 것 은 다른 말로 나를 사랑하는 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 대한 사랑으로 깊은 마음속에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나는 사실 어느 누구와 사랑을 나누어본 적도 없는 동시에, 나조차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나는 두려움에 빠진다. 혹시 평생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사랑이라는 가치가 영화나 문학에만 존재하는 허구의 감정이지는 않을까? 진정한 사랑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 또한 불확실하다. 내일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일이라고 너무 두려워할 것은 또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어제는 내일이었으니까. 사랑이라는 가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존재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나를 사랑해 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아끼고 좋아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엔 분노와 혐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이 변화하고 시간이 흐르는 중이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점점 영리해진다. 정치적인 방향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엔 사랑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혼자서도 충분히 안락한 삶을 꿈꾸는 세상이 온다. 그러면서 사랑이라는 가치를 점점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감정교환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진정 존재하는 것인가는 불확실하지만, 영화에서 보던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불확실함의 혼란 속에서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나의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 채워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