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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23. 2024

다른 말 말고.. 응원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과한 주변의 관심이 힘이 빠지게도 한다. 



  친정 엄마는 뇌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계셨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일반 병실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또 일주일 만에 회복기 재활병원으로 옮기셨다. 감사한 일이다. 뇌출혈 범위가 조금 넓었다고 들었는데(전문의 파업 문제로 바빠지신 교수님들이시고, 또한 가까이 살지 못해 새언니, 오빠를 통해 건네 들은 이야기이다.) 이 정도의 컨디션이면 감사한 정도라고 우리 사 남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재활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재활을 시작하시니, 친정 엄마도 한층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오늘 처음으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 재활받으니까 힘들지?"

   "아니~. 안 힘들어."

말도 점점 또렷하게 하는 엄마를 보고 있으니,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를 보고 있는 듯 기특하게 느껴졌다.

   "엄마, 우리 막둥이... 7월 마지막날 한국에 들어온대. 엄마 보고 싶고, 걱정도 되고 해서, 간호하러 오는 거야. 기특하지?"

    "잉? 어떻게 와? 얘들은 어짜고?"

    "제부가 보기로 했대."

    "아고~ 안 와도 되~~애."

아직 뇌출혈 전과 같이 또렷하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그리고 이전과 대화법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엄마가 맞기는 맞는구나.' 싶었다. 까까머리가 제법 잔디처럼 자란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집에 중환자가 생기니 사실 힘들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한 것이기에 정신적으로도 분주하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모르는 것들을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다. 가령, 산정 특례 신청이라던지, 보험사에서 원하는 병명 코드가 아닌 것 같다는 보험설계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해당 질환이 맞지 않느냐는 통화를 여러 차례 하는 것이라던지..(왜냐하면 막상 중증도 환자가 되고 보니.. 보험금 1만 원도 귀하게 느껴진다. 정말 필요한 돈이기 때문이다.), 회복기 재활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라던지, 회복기 병원에서 원하는 날짜에 되지 않았을 때 혹은 다인실이 아닐 때 다시 고민하고 다시 협력 센터와 연락을  하는 것들, 각 기관에서 원하는 서류들을 준비하는 것들... 사실은 모든 게 분주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의 경우에는 홀로 계시는 치매의 친정 아빠를 매일 케어해야 하고, 그리고 염려를 해야 한다. 이 와중에 고집을 부리며 화를 내는 아빠를 달래는 역할도 우리들의 몫이 되었다. 혼자 둘 수 없는 아빠에게 이용 가능한 사회적 복지 혜택이 없을까 알아보고, 신청하는 것 또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광주에서도 자동차로 편도 2시간 넘게 가야 하기에 시간을 들이는 만큼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뇌출혈 환자 간호를 시작하기도 전인데 한국에 있는 우리 삼 남매는 조금 지쳐있다. 몸이 지치면 같은 상황에서도 쉽게 서운해지는 법이다. 


   오늘 조그마한 일이 생겼다.

 엄마의 상태를 걱정하시던 교회 성도들이 재활 병원으로 옮긴 엄마를 면회 오셨다. 회사가 재활 병원 근처에 있던 오빠는 일 하다가 잠깐의 짬을 내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동네 어르신이면서 교회 권사님인 분이 혼자 있는 아빠를 걱정하며 훈계를 하듯 오빠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오빠는 평소 성격답게 말없이 공손하게 "네네."라고 하며 짧은 대답만 했다. 

    난 통화를 하다 이 상황에 대해서만 담백하게 이야기하며, 금요일에 휴가를 내서 친정 아빠에게 다녀오며 주민센터에서 해야 할 일들과 은행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친정 아빠와 다녀올 예정이라고 이야기하는 오빠에게서 지침을 읽게 되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꽤 서툰 오빠였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오빠가 기분이 안 좋았겠다. 기운이 빠졌겠어."

   "아니... 뭐..."

   "기운이 빠지지 왜 안 빠져. 오빠랑 새언니 너무도 애쓰는데... 그걸 그분들은 잘 몰라서 그래. 당장 아빠가 걱정되니까.."

   "그렇지."

    "근데... 오빠, 우리가 알잖아. 오빠랑 새언니 너무 애쓰는 거."

    "....."


     친정 식구들 톡창에는 사 남매의 배우자들까지 총 8명이 있다. 평소 이야기를 잘 나누지는 않아 깔끔한 창이었으나 최근에 친정 엄마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하루에도 꽤 많은 대화들이 올라온다. 난 그 창에 우리 사 남매, 그리고 친정 엄마의 사위들과 며느리에게 장문으로 감사와 위로의 말을 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염려의 말보다는 응원의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기간이 될 이 간병에 벌써부터 지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는 분들도 있다.  분명 위로의 말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효자가 되기 위해 간병에 뛰어든 게 아니다. 그냥 자식이니, 날 어렵게 키워준 내 부모이니 할 뿐이다. 엄마의 현재 질병이 가슴이 아프고, 한 순간에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그녀의 마음이 어떠할지 짐작이 되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기 때문에 할 뿐이다. 

   효자, 효녀 소리를 듣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 마음에도 없는 상태로 친정 아빠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홀로 계실 아빠가 걱정 되면서도 저녁이 되면 말할 상대가 없어 외로이 있을 친정 아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서 전화로 말 상대라도 해드리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면서 꽤 피로하다. 우리에게도 이런 삶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시작부터 지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지금껏은 긴장으로 인한 피로도였지만 이제부터는 몸도 경제적인 상황도 지칠 예정임을 알기 때문에 지금부터 기운 빠지지는 싫다. 그래서 다른 염려의 말보다 응원의 말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새언니와 언니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조그마한 선물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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