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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ug 13. 2024

나는 부모의 보호자이자 간병인입니다.

  뇌출혈 환자인 친정 엄마를 내가 살고 있는 인천으로 모셔왔다. 재활 치료를 위해 사 남매 중 그나마 시간적 상황이 더 나은 내가 모시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단순한 그 판단 때문이었다. 남편의 동의도 내가 결정하고 나서 얻었다. 참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일이다.


   서송병원이라는 회복기 재활 전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뇌출혈 환자의 경우, 급성기 출혈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회복기 재활 전문 병원으로 전원 되어 재활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단다. 재활 전문 병원답게 재활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무엇보다 환자 반, 치료사 반인 것 같은 느낌의 인력이 구비돼서 있어 좋다. 무엇보다 회복기 재활 병원은 비급여 항목이었던 재활 치료가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어 친정 엄마처럼 실비가 없는 환자에게는 감사한 병원인 것 같다. 사실 장기간 병치료를 하다 보면 걱정이 되는 것 중 하나가 경제적인 부분 아니겠는가? 질 좋은 치료를 좀 더 다양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뿐이다.


   재활 병원으로 옮긴 것은 1년 전 예약해 둔 유럽 여행 직후였다. 아직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 엄마의 보호자 겸 간병인이 되었다. 4인실에는 거의 엄마와 같이 편마비  환자들이 간병인들의 간호를 받으며 재활 치료를 하고 있었다.  난 이틀 꼬박 잠을 자지 못한 채, 침대에서 휠체어, 휠체어에서 화장실 변기 이동도 꽤 힘든 초보  간병인이 되었다.  오른쪽 편마비인 엄마는 서있는 것조차 무서워했고, 마음대로 힘도 들어가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팔을 보며 난감해하셨다. 이해가 되었다. 74년 동안 유일하게 자유자재로 내 뜻대로 움직였던 팔다리인데... 그 팔, 다리로 4시간에 낙지 50마리도 거뜬하게 잡았는데 한순간에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팔다리가 되었으니 우울증이 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재활병원은 오전, 오후가 참 바쁘다. 5시 전까지 빡빡한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1교시, 2교시...처럼 주치의 선생님의 진단과 처방으로 각 환자에 맞는 재활 치료를 30분 단위로 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한 환자당 하루 9~10개의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실비 적용이 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도수 치료등을 포함해서 추가 치료가 있기도 하다.  그러니 오전, 오후에 병동은 한산한 대신 1층과 2층의 재활 치료실들과 외래실은 무척이나 바쁘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이후 환자들은 모두 피곤해한다. 재활 병원의 저녁 8시에는 병실 불이 꺼지고 여기저기에서 코 고는 소리와 숨소리만 들린다. 간호사들의 인계 준비로 분주한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이다.


     



  친정 엄마의 재활 치료와 기타 다른 질병으로 타 병원 외래를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늘 괜찮다, 괜찮다.. 고 했던 말이 진짜 괜찮지 않은 거짓말이었고, 왜 그 말들을 다 믿었었는지.. 안일하게 대처했었는지...

  이곳저곳 성하지 않은 곳이 없는터라 (그렇다고 급하게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와 외래를 봐야 할 교수님들만 세어도 하루가 걸린다. 엄마는 교수님들 앞에서도 한결같이 얘기한다.


 "나는 암시롱도 안 허요."


아무렇지도 않다며 통증에 대해 스스로를 속여와서일까? 엄마의 뇌는 진짜 그런 줄 알고 반응한다. 하지만 어디 몸 부속품까지 속으랴?


  난 친정 엄마의 보호자이자 간병인이 되어 진료를 받는 모든 서류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내 이름 석자를 적고, 관계에 자녀라고 적고, 그리고 "보호자님~"이라고 부르는 말에 "네~"라고 대답하고, 엄마의 상태에 대해 이해하고 검사와 치료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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