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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ug 16. 2024

나... 걸을 수 있을까?


  재활 병원에 입원 중인 친정 엄마는 광복절인 오늘이 싫다고 하신다. 재활 치료 스케줄이 반토막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걷는 방법도 배워야 하고, 연습도 해야 하는데 운동 치료, 기구 치료가 빠졌기 때문이다.


   "엄마~~  직장인들은 오늘 같은 공휴일을 얼마나 기다리는데...  엄마 그 말은 치료사님들 앞에서는 하지 마요~"

  "잉, 그렇지."


그만큼 열심히 하시려고 하신다. 잠시의 쉬는 타임도 견디지 못하시고 간호사실 옆 휴게실에 있는 운동기구에서 오전에만 1시간 가까이 개인 운동을 하셨다. 거기에 침상 내에서 하는 인지 치료까지 하면 2시간을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신 것이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는 재활 치료를 위해 치료실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서는 운동 치료를 하는 분들이 보였다. 아마 1/3 치료사님들이 출근하셨기에 꼭 운동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 위주로 임시 스케줄표를 짜주신 것 같다. 그런데 친정엄마는 운동 치료 하는 그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모양이다.


   "워메~~ 나도 저라고 운동 치료를 넣어 주제나..."


부러운 듯 투명 유리 너머 운동 치료실을 한참 쳐다보셨다. 그래서 나는 휠체어에서 엄마를 내려 복도의 안전바를 잡고 마비가 온 오른쪽을 내가 부축해서 걷기 연습을 시켰다. 아직은 오른쪽 다리를 어디에 딛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 감각도 떨어져서 발을 엉키듯 바닥에 놓았다. 아직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몸 상태이지만 마음만은 기구도 의지하지 않고 걷는 다른 환자들이 부러우신 것이다.


   재활병원에 있으니 환자들만 보인다. 편마비 환자들, 그리고 하지마비 환자들! 그들 가운데 등급이 나뉜다. 아주 정상에 가깝게 걷고 손동작을 하는 환자들, 손은 좀 굽어 있고 걷는 동작이 정상인에 비해 조금 어눌하지만 기구에 의지하지 않고 걷는 환자들, 기구에 의지해 걷는 환자들, 휠체어로 이동하는 환자들, 전적으로 타인을 의지해 생활해야 하는 환자들. 엄마는 아직 휠체어로 모든 이동을 해야 하는 그룹이다. 친정 엄마는 어느 쯤의 그룹에 속하고 싶으신 것일까?


   치료를 기다리는 중, 혹은 휴게실에서 여러 환자,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발병할 때 걷지도 손을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지금 몇 개월째 재활 중인데 얼마나 좋아졌다, 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엄마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것 같다. 증상이 호전된 그들의 전 모습은 모르지만 현재의 모습을 보면, '이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라는 바람이 생기는 모양이다.


    "엄마~~. 우리 추석 전까지 기구에 의지해서 걷는 정도까지 해보는 걸 목표로 삼아보는 거 어때?"

   "좋지야~. 그 정도만 되어도 을매나 좋을까나?

   그런데... 내가 진짜 걸을 수가 있을까?"



   환자는 순간순간 약해질 수 있다. 의지를 태워볼 심지도 기름도 부족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팔, 다리를 쓰지 못하고 마음만큼 힘도 들어가지 않고, 못된 마법사가 와서 근육을 빼앗아 버린 것처럼 근육도 손실되어 버렸다. 하지만 어디 생각까지, 마음까지 갑자기 환자가 되겠는가? 처음부터 지금 이 상태와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냥 적응해갈뿐이다. 몸 따라 마음을 말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점점 약해져 간다. 금방 걸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꽤 많은 연습과 의지를 요구한다. 환자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보호자, 간병인의 말 한마디가 너무 필요하다. 따뜻하지만 강하고, 친절하지만 굳건한 말 한마디!


    "그럼, 엄마! 난 엄마가 재활의 천재가 아닌가, 하고 순간순간 놀라! 하루하루가 뭐야~~!  오전 오후의 근력과 근육의 움직임이 다른걸!  분명 걸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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