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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ug 19. 2024

효녀라서 간병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고~~ 네가 고생이 많다."

  "네가 진짜 효녀다, 효녀!"


  뇌출혈로 편마비 된 친정 엄마의 재활 병원 간병을 하고 있다 보니 전화를 건 친척분들, 병문안 오신 분들은 하나같이 모두 같은 얘기를 한다. 아마 편마비 환자의 병간호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이야기일 것이며, 나를 위로하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잠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뒤로한 채 병간호를 하고 있고, 그동안 남편의 손발이 되어 생활한 터라 나의 부재로 남편에게도 불편함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고생한다.", "네가 효녀다."라는 말이 이런 가족의 희생과 내 노력에 대한 보상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진짜 효녀인지는 모르겠다.

  


   나와 내 동생은 친정 부모님이 사시는 곳에서 거리가 있는 곳에 살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친정에 가기 위해서 아주 이른 새벽인 4시에 출발해서 도로가 막히지 않고, 2~3번의 휴게소 타임(그것도 화장실을 가기 위한 꼭 필요한 시간)만 갖고 5시간 30분~6시간이 걸려야 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차가 막히면 시간은 가늠할 수가 없다. 동생은 미국에 살고 있으니 그나마 내가 친정 부모님께는 더 가까이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 남매 중 가장 근거리에 사는 사람이 오빠이다.

  그런데 장거리에 거하고 있으면 결코 효자, 효녀는 될 수 없는 것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자주 찾아뵙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도 바로바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가 주는 장벽은 효에서도 크다.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마음은 있지만 실제로 내 몸 움직여서 부모님을 보살핀 적은 없다. 죄송한 마음에 한번 뵐 때 용돈은 더 드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 그 몇 푼의 돈이 효를 했겠는가? 그러니 적어도 나는 효녀는 아니다. 내 시간, 내 몸을 따로 들여 부모님께 드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께 매우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친정 부모님은 자식들과 감정 교류를 나눌 만큼 친근하게 대화를 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 남매는 부모님을 책임지려고 하고 챙긴다. 그리고 세 딸들은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과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마음도 함께. 이게 친정 엄마에 대한 사랑이라면 사랑일 것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따뜻한 사랑으로 챙겨주는 친정 엄마는 아니다. 딸들이지만 홀로 세상을 이겨내도록 내버려주셨다. 그리고 세 딸이 모두 출산을 할 때에 한 번도 와보시지 않은 친정 엄마였다. 그로 인해 우리 세 딸들은 서운함이 많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친정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직 나만 불만을 품고 있었나 보다. 토로해보지 못하고 품기만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엄마의 뇌출혈에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행여나 돌아가실까 봐 가슴을 졸이며 울었다. 그리고 나와 내 동생은 간병을 자처했다. 그리고 오빠와 언니는 홀로 계시는 치매 친정 아빠를 돌보고 있다. (치매 친정 아빠의 사건사고는 따로 얘기해야 할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우리는  왜 그랬을까?

  생각해 봤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답이 나오지 않을 법한 이런 상황에서 왜 이토록 부모님께 지극 정성일까? 모두 다 효자, 효녀여서?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러면  부모님 재산이 많아서? 우리 시골에서 우리 부모님만큼 가난한 집도 없을 것 같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건 아마도 친정 부모님이 효자, 효부여서인 것 같다. 친정 부모님은 아픈 할아버지와 치매인 할머니를 직접 모셨다. 그것도 정말 지극정성으로. 우리 사 남매는 그걸 지켜보며 자랐고, 그게 머리에 박혀있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은 무조건 봉양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에 어떤 불만이 있어도 우리는 부모님께, 어른들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결코 내가 효녀여서 간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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