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병원에도 아침 해가 뜬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과는 꽤 다른 시간이다. 밤 8시가 되면 대부분 취침을 하고, 새벽 5시면 한두 명 깨어나는 듯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새벽 5시 30분이면 간호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아침이 시작된다. 집에서의 5시 30분은 꽤 이른 새벽 시간이지만 여기 재활 병원에서는 그 시간이 아침 시간일 뿐이다.
아침이 되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아직은 혼자서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엄마의 이동과 머리 감기를 돕는다. 그리고 가벼운 마사지로 편마비로 뻣뻣한 손과 발을 깨우면 아침 식사를 하면서 더욱 분주하게 병동은 움직인다.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병동 자체가 움직이는 듯 모든 소리와 모든 기계의 움직임이 있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각 환자들의 재활 스케줄이 시작된다. 엘리베이터가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병원 전체 대리석 바닥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엄마와 나 또한 전체 영역의 일부가 되어 움직인다.
재활 병원의 개인 스케줄은 꽤나 빡빡하다. 기본 한 재활 치료당 30분의 치료 시간을 갖는다. 약 5분의 쉬는 시간 후 다른 치료 시간들이 또 짜져 있다. 5분은 다음 장소를 위한 이동 시간인 것이다. 물론 각자 스케줄에 따라 중간에 쉬는 타임이 있기도 하다. 개인당 기본적으로 8~9개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니,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을 먹는 5시까지는 꽤나 바쁜 셈이다.
보호자들 또한 바쁘기는 매한가지이다. 30분 텀이니 잠시 치료실 밖에서 대기 후 다시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 아이들의 학원 라이딩을 하게 되면 가장 짧은 시간이 1시간이었다. 그것도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대기와 이동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 재활 치료 프로그램 이동은 더욱 아무것도 못한 채 대기하고 있게 만든다.
하지만 난 이 시간이 좀 아깝다. 그래서 간혹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하고 있던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쪽잠을 자기도 한다(보호자 침대는 생각보다 좁고 불편하다. 그리고 친정 엄마의 컨디션에 따라 잠을 설칠 때가 많다. 자다 깨다 하다 보면 늘 몽롱하다). 하지만 30분 동안 많은 간병인과 보호자들 틈에서 의자 찾기는 쉽지 않고 집중하기는 더욱 어렵다.
환경이란 게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나 나처럼 집중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 사람은 집중할 환경이 되어야 책을 읽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법이다. 그런데 여기 재활 병원 어딜 가나 재활 이야기와 장애 등급 이야기, 그리고 병원 치료 이야기뿐이다. 그러니 이런 환경 속에서 나의 미래를 위한 꿈을 갖고 뭔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그림일 뿐이다.
하지만 난 이 환경 너머의 몇 달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40대가 되어 처음으로 토익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몇 달 후 내가 원하는 목표 점수를 넘는걸 꿈꾸고, 그 이후의 목표들에 대해 꿈을 꾼다. 그리고 친정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두세 달 후의 모습에 대해 말이다.
"엄마~. 우리 뇌는 우리가 꿈꾸는 대로 된다네. 엄마는 두세 달 후 어떤 모습을 원해?"
"온전히 혼자서 걷는 모습이지야."
"그래? 그럼 엄마가 저기 혼자서도 잘 걷는 환자들처럼 엄마 혼자서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봐. 그리고 그 모습을 이루기 위해 오늘의 노력으로 시간을 보내는 거지. 그럼 반드시 이뤄질 거야. 그지?"
"잉. 그래야제."
엄마와 나는 동상이몽, 같은 자리에서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다른 꿈을 꾼다. 어느 곳에 있든 꿈이 있는 것은 나를 살게 하는 에너지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