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왜 내 육아는 힘들기만 할까?

by 골드가든

"육아가 이렇게 힘든 건 줄 알았으면 나 안 했을 텐데..."

한숨의 크기가 비슷한 두 전업맘들. 이건 어느 누가 위로를 해줄 수 없는 멘트이다. 왜냐면 우리는 초보 엄마들이고, 아직 우리 아이들의 시간보다 빨리 달려 미래의 아이들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가끔 내 가슴팍에


<< 엄마 초보! 많이 서투릅니다.

화도 많이 내지요? 욕심도 많이 내지요?

그리고... 많이 어설프지요?

엄마 초보라 그래요. 죄송합니다.>>


라고 적어놓고 다니고 싶을 때가 많다. 그것도 차 뒷유리 바깥 부분에 A4로 크게 "초보 운전"이라고 써서 붙여놓은 사람들처럼 가슴팍이 젖어도 되니 초보 티 팍팍 나도록 적어두고 싶다. 그러면 덜 창피할 것 같다. 그리고 초보 운전차를 다른 차들이 알아서 비켜 가고 양보해주듯, 엄마 초보인 내게 누군가가 와서 육아 팁이라도 알려줄 것 같다.


소맥 한 모금 마시며 한숨 한 번! 한숨이 안주가 되어버렸다. 맛있는 소고기 육전과 알탕이 분명 테이블 위에 예쁘게 세팅되어 있는데도 손이 가질 않는다. 육아 고민이라는 게 그렇다. 뭔가 체한 것 같아 가슴을 치게 된다. 나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분명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다.

"다 본인 잘 되라고 하는 거잖아. 본인 밥 벌어먹을 수는 있어야 하니 그 정도는 키워야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가? 근데 왜 안 할까? 멍 때리고 있는 것 보면 한심해."

"그렇죠. 우리는 늘 자기들 생각뿐인데 말이에요."


그렇다. 좀 억울하다. 전업맘들은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사이에도 아이들 생각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더욱 아이들 생각으로 온 시간을 쓰게 된다. 아이가 하나이면 하나인 데로, 둘이면 둘인 데로, 셋이면 셋인 데로! 차라리 일이라도 하면 일하는 동안에는 아이들 생각을 하지 않으련만, 전업맘의 주된 일이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잘 키우는 것이니 전업 맘인 우리는 우리의 일에 최선을 다한 죄밖에는 없다.


맥주잔이 어느새 비워지고, 콜 버튼을 눌렀다. 주점의 직원은 우리 테이블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는 빈 맥주병을 가리키며 1개 더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공간을 울리는 여러 목소리, 말소리 중에도 그 아르바이트생은 내게 집중을 한 덕에 나의 신호를 금방 알아차렸다. 냉장고에서 갓 나온 맥주병 뚜껑을 따며 서로의 술잔을 채웠다. 이번에는 맥주의 맛이 쓰다. 같은 술이 아니었나? 분명 단맛도 있었던 것 같은데... 취한 것인가? 하릴없이 빈 맥주병만 늘어난다.

전업맘은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장 큰 업무로 생각을 한다. 그래서 잘 먹이는 것은 기본이다. 간식도 만들어 먹이는 경우가 많다. 닭꼬치를 하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거나, 달걀을 삶아주거나, 혹은 군만두를 해주거나, 과일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더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도록 하기 위해 쓸고 닦고, 정리도 한다. 이것은 전업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하나라도 더 해먹이고, 한 번이라도 더 정리, 청소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학원 정보며 문제집 정보, 과외 정보 등을 얻기 위해 동네 엄마들 모임에 나간다. 이 정보가 국한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매체를 이용한 강의도 듣고, 그리고 육아서도 많이 읽는다. 나를 위한 공부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정보 얻기, 더 똑똑한 엄마 되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한다. 엄마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가 있다. 학창 시절보다 더 공부하고, 회사 생활할 때보다 더 라인을 탄다는 말!


"애도 한심하고, 나도 한심하게 느껴져. 둘 다 무능력하게 느껴져. 애가 꼭 내 성적표 같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맥주잔을 부딪혔다. 말하지 않아도 맥주잔을 '짠'하고 부딪히며 서로를 위로했다. 이런 얘기하려고 만난 건 아니었는데, 전업맘은 자신의 생일 날조차도 아이들 이야기뿐이다. 결혼 전에도 이랬던가? 갑자기 결혼 전 생일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분명한 건 결혼 전 생일 때는 웃었다. 결혼 전에는 영화 보고, 쇼핑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먹고 신나게 웃고 떠들었던 것 같은데, 40대의 생일이 왜 이렇게 우울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생신 주간'이라 정해놓고는 내 마음인데 내 마음조차 내 맘대로 즐겁게 하지 못한다. 육아는 즐거울 수 없는 것인가?

학령기 아이를 둔 전업맘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주부들은 그렇게 얘기를 한다. 육아가 힘들다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육아가 힘들기만 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내 아이들을 본 60대, 70대 어른들은 그래도 이때가 가장 좋다고 얘기하시는 것이지? 그들의 육아는 힘이 들지 않았나? 아이들이 부모의 뜻대로 잘 따라와 줬었나?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 우리가 육아가 힘든 것은 내 아이들의 성과, 즉 끝만 보려고 했기 때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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