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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Nov 15. 2022

마인드셋(mindset)

엉망진창의 멋짐을 위하여!

  오후 1시 30분이 되면 컴퓨터를 켜고 앉는다. 누가 앉으라고 하지 않지만 홀로 불안한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초보라는 게 이런 것인가 보다. 초보라서 준비가 되어 있어도 불안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더욱 불안하다. 그러니 오후 3시부터 근무이면 그보다 앞서 컴퓨터를 켜고 일할 준비를 한다. 재택근무이니 시간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일할 준비를 한다,라고 마음을 먹고 나면 억울할 것도 없다.

  

  그렇게 일하기 시작한 지 벌써 두 달 반이 되어간다. 시간이 도둑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8월 30일 교육을 시작으로 바로 일을 시작했으며, 그 시기에 맞춰 온라인 대학의 학기도 시작되었다. 나의 2022년의 하반기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지난 1년 강의를 들어왔다고는 하나, 이번 학기의 강의는 이전에 듣지 않았던 새로운 강의, 새로운 교수님들이니 날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내가 적응해야 하고, 공부에 집중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일을 시작해 버렸다. 10년 가깝게 놀다가 일을 시작했으니 그 익숙지 않은 업무들을 위해 내 시간과 정신을 써야 하는 것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이상하다. 하기가 싫다. 받지 않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일부러 받기도 한다. 뇌라는 것은 참으로 게으르다.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색이 아주 짙다. 새롭게 독서를 하는 것, 새롭게 공부를 하는 것, 새롭게 일을 하는 것을 내 뇌는 거부한다. 자꾸 일하기 싫게 만들지를 않나, 독서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게도 한다. 공부하는 것,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건너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누가 떠밀어서 했나? 아니다. 적어도 내게 등을 떠민 사람은 없다. 

  내가 원했다. 공부도 내가 원했고, 책을 읽는 것도 내가 원했으며, 이제 돈을 벌어야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나다. 나는 그렇게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런데 나의 뇌는 아직도 게으르다. 이전에 유해진 배우가 했던 카드 광고가 생각이 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지금 내 뇌에서 외치는 소리가 딱 이 광고 멘트이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고, 강의를 듣고 있고, 글을 쓰고 있고,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공부를 하면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성장하는 내 모습이 매우 대단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람 구실을 하고 있으면 하루하루가 매일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니다. 그렇지가 않다. 왜 그럴까? 나만 이러는 것일까?

 내 가까운 지인들은 날 보고 '참 대단하다'라고 한다. 오전에는 집안일과 강의, 오후에는 하교한 아이들 관리 및 일, 그리고 저녁 준비...  그리고 틈틈이 글 쓰거나, 글쓰기 과제를 하는 날 보면서 시간을 참 알차게도 쓴다고 한다.  

   하지만 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단'과는 거리가 참 멀다. 오전에 대충 집안일을 한다. 꼼꼼하지 못하니 깔끔하기는 하지만 구석구석 깨끗하지는 못하다. 강의를 듣기는 하지만 틈나는 대로 들으려고 하니 집중을 못하고, 강의에서 뭘 공부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또한 과제에도 이전과 같은 집중력과 정성을 들이지 않으니 대충 학점을 따겠다는 심산이 강하게 보인다. 글쓰기 역시 매일 쓰겠다고 하는 것을 일주일에 1~2번으로 줄이니 이 역시 열심히 하지 않는 꼴이지 뭔가! 독서 역시 매일 하였던 것을 일주일에 3번 정도이니 이 역시 독서하는 이라고 칭할 수 있도록 발가락만 얹고 있는 꼴일 수밖에 없다. 일은 또 어떤가? 물론 돈을 받는 것이니 가장 신경을 쓴다고는 하나, 억지로 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그러니 가장 하기 싫은 업무가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내가 이랬던가? 처음은 아니었다. 나를 성장시키겠다며 의욕에 불 타올랐었다. 아이들과 내 남편만 바라보며 내 남은 인생 지금껏 살아왔던 대로 살지 않겠다고, 나를 써보겠다고, 나를 매일 성장시키겠다며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라는 나무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고,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찮은 존재, 지구의 아주 작은 점과 같아서 보이지도 않는 존재감 없는 사람이지만 이 작은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내 마인드를 개조시키며 달려왔었다. 

   인생의 어느 시점, 한 번쯤은 나 자신도 대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에게? 나에게, 내 남편과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부모님께. 한 번쯤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다. 시간이 나를 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끌고 가고 싶었다. 돈이 나를 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을 끌어당기고 싶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성장하고 싶었다. 나는 결과만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달콤한 결과만 생각하고 허풍쟁이처럼 얘기를 떠버렸다. 아직 설익은 밥을 보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탄수화물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행동보다 앞서 달려갔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의 마인드가 그러했던 덕분에, 내가 그렇게 말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의 이 위치까지는 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미리 따먹은 미래의 과실과 현재 땀을 흘려야 하는 현실의 갭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난 그 갭에 갇혀서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 읊조려본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 

이 얼마나 정직한 문장인가! 거저먹는 성공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 과정이 없이 어떻게 자기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며, 작은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겠냐는 말이다. 심지어 내 아이들에게조차도 나는 할 말이 없는 부모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처음 시작이 그랬듯,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나를 꽤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 긍정적이며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셋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 삶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지만 그것은 아직 화음의 조절이 덜 되어서 그런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 삶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것이다. 다만 숙련이 되어있지 않은 미숙한 상태이다. 글쓰기라는 현악기도 있고, 내게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이라는 타악기도 있고, 내 지식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강의라는 관악기도 있는데 그것들을 조화롭게 조합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어쩌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라고도 생각을 해본다. 10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으면 그보다 짧게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나를 성장시킨다는 그 마인드셋만큼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더욱 키워갈 수 있도록, 이 엉망진창인 내 삶이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데 집중해야겠다.

   의지가 부족한 탓은 이제 그만하련다. 내 뇌가 게으르다는 탓도 그만하련다. 내 뇌야 속이면 그만이다. 의지가 부족한 것은 날마다 새롭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작심삼일을 3일 간격으로 하면 그만인 것이다. 지금처럼 조금 다운되는 '무기력증'이 오면 그 '무기력증'또한 인정하고, 감싸 안고 끌고 가보는 것이다. 그렇게 내 길을 가다 보면 남들의 속도와 다른 내 속도대로 내 길, 내 목표점에 도달해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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