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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Dec 23. 2022

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떨어졌다.

글쓰기 반성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각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냥 글 쓰는 것 자체가 좋아서, 혹은 어떤 이는 먹고살기 위해서, 또 어떤 이는 글을 쓰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쓰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쓰고 싶기도 하고, 글을 쓴 후에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지만 만족감이 있기도 하여서 쓴다. 그런데 사실은 글이 내 밥벌이가 되었으면 하고 쓴다.

  처음 나의 글 쓰기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였다. 그렇게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글 쓰기를 싫어하는 큰 아이보다는 실력이 낫기도 하고, 그리고 큰 아이에게 늙어가는 엄마도 이렇게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큰 아이 글쓰기를 지도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잘 써야 했다. 글쓰기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강의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직접 써보는 것만큼 큰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에세이부터 쓰기로 한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가장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멋있어 보였다. 한 순간은 나도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고, 또 어느 순간에는 '주부들에게, 육아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생각에 입학한 사이버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는 '노희경' 혹은 '김은희'같은 대단한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기도 했다. 그 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내 나이를 잊을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점점 가치와 의미를 확장시켜 나가는 '대단한' 존재였다.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2022년 6월 30일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곧 나도 매년 있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고, 많은 응모자들 중 출판 기회를 얻는 사람이 되어 떳떳하게 남편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정 부모님들께, 시부모님들께 알리고 싶었다. 아주 큰 꿈을 갖게 된 것이다. 글로 돈을 벌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6월 30일부터 8월까지 참으로 열심히 썼다. 브런치 작가들의 대부분이 그러셨겠지만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온 정성을 들였다. 표현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제목을 정하는 것도 많은 고심을 하였다. 그렇게 태어난 내 글 한 편 한 편이 내가 낳은 아이 같게 느껴졌다. 애정이 갔다. 내가 쓴 글에 내가 감탄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 혼자서 내가 쓴 글을 읽고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기도 했다. '제발 내게도 출판의 기회를 달라고...'


  나는 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떨어졌다. 전업으로 육아를 하던 경단녀가 나를 써보기 위해 갖는 의지와 노력은 내게만 대단하고, 활기 있는 콘텐츠였던 것이다. 또한 내 글쓰기는 아직 초보 수준인 것이었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구독하여 읽고 있다. 어쩜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글을 잘 쓰나 감탄을 한다. 글쓰기 고수들이 참 많구나. 어쩜 이렇게 소재를 재미있게 잘 살려내나, 싶은 글들이 올라올 때면 나는, 나의 재미없는 성격을 탓하곤 했다. 나의 경험의 범위가 좁음을 후회했고, 경험치를 넓히기 위한 용기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나의 글은 나에게만 재미있고, 나에게만 감동을 주고, 나에게만 흥미 있는 주제였던 것이다. 어떤 누구에게도 가슴의 울림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었던 것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글인 것이다. 단 한 명의 독자도 만들지 못한 내가 어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선정될 수 있었겠는가! 그건 메타인지 제로인 나의 허상이었을 뿐이었다. 글쓴이만 재미있는 글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글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은데, 글로 돈을 벌고 싶은데, 그럼 나는 나의 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오늘도 깊은 고민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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