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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an 14. 2023

내 글이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가끔 상상을 한다. 내가 쓴 글들이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기분이 어떨까?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글 쓰는 것 자체가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나에게 글쓰기란 특별한 활동이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조금은 특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활동인 것이다. 현실 속의 나는 참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너무도 평범하니까. 수도권 소재의 대학교를 나왔고, 운이 좋게 좋은 직장을 구했지만 그것도 4년 정도 근무 후 퇴사했다. 그리고 줄곧 전업맘으로 살아왔다. 아이들을 영재로 키운 것도 아니고, 큰 부자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그냥 심심한 사람이다. 인기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매력이 없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그래도 현실의 나보다는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되곤 한다. 내 이야기인데도 내가 감동을 받기도 하니 말이다. 원래 자신이 쓴 글은 자신이 가장 감동받고,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난 내 글이 좋다. 내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가 글을 쓰면 몇 명의 사람들은 라이킷을 해주고 간다. 감사하다.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꿈을 꾼다. 내 글에 겉옷을 입혀주고 싶다,라고 말이다. 출간 작가들에게는 쉬울지도 모르는 글쓰기가 나에게는 목차 정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공모전이라도 입상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몇 군데를 기웃거려 보지만 상상력과 글솜씨 부족으로 언제나 낙방을 하는 게 일상이다. 현실은 비록 이러하지만 내 꿈은 내 글에 멋진 겉옷을 입혀주는 것이 되었다. 


    한 때 허황되게도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어떨까?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재능 찾아 삼만리 하였던 내게 혹시나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나도 김은희 작가님이나 김은숙 작가님, 노희경 작가님과 같은 천재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잡히지 않은 큰 꿈을 꿔보기도 했다. 메타인지 부족인지 모른 채, 꿈만 꾸면 다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조앤 롤링과 같은 상상력은 없으니 에세이스트라도 되어 잔잔하게 내 일상 속 이야기를 풀어보며 사람들을 위로해 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생각도 했었다. 혹 내 힘든 육아를 이야기로 풀어 공감대를 형성해 보면 어떨까, 도 생각했었다. 아이들만 집중하는 삶 말고, 엄마인 나도 성장하는 이야기로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보여주면 어떨까, 도 생각했었다. 그 이야기들을 다 책으로 낸다면....

     솔직하게 내 마음을 써보자면, 나는 내가 쓴 글로 돈을 벌고 싶었다. 그나마 내 재주라고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나는 타고난 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글쓰기가 내 밥벌이가 되기를 바라며 책을 내고 싶었다. 단돈 50만 원이라도 100만 원이라도 벌고 싶었다. 내 글쓰기가 헛튼 짓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작가라고 남들에게 말하기 떳떳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글쓰기가 두려워지고 있다. 내 글이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적어도 내가 나만 보듯 글을 끄적거리는 것과는 달리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 볼 수 있는 책으로 나오는  글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종의 출간 작가들의 책임감 같은 것 말이다. 글에는 힘이 있다. 힘이 되는 글이 있는 책은 더 큰 파워가 있다.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이기도 한다. 글이 가지는 힘이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내 글에는 힘이 있는가? 나의 대답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No"라고 말한다. 아직 난 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태어나기를 지혜로운 자여서 삶의 큰 깨우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고군분투하며 얻어낸 결과가 있어서 그 과정을 안내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 속에서 살아본 적도 없어 들려줄 이야기에 제한이 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니 전문성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지도 못한다. 그나마 나의 전문 분야인 육아에서 특별한 방법이 있어서 내 아이들이 다 똑똑한 결과를 낸 것도 아니다. 전업 주부로 살던 40대 한 여성의 성공 스토리를 들려줄 만큼 천재성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이런 내가 책을 내는 출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객관적인 내 현실의 조건에서는 제로에 가까운 원함이다. 그런데 어쩌나... 두렵지만, 아무것도 없지만 내 글이 엮기고 엮여, 두껍고 반짝거리는 표지를 가진 책으로 나오게 해주고 싶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삶을 살고 있고,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잔잔한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삶에서 갖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함께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40대 여자의 책 읽는 삶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40대 여자의 글쓰기가 한두 명의 사람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전업주부로만 있었던 내가 꿈을 가지고, 남편이 준 큰 그늘을 벗어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작은 그늘이 있는 나무로 키우는 삶에 응원을 보내주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아직도 이야기하고 싶고, 듣고 싶다. 나의 이야기이든 다른 이의 이야기든 상관없다. 이야기가 고프다. 

     

     내 글이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나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꿈꾸는 자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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