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를 위한 방학!! 길고 긴 여름 방학 동안 우리의 리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당연히 놀고, 먹고, 또 놀고, 먹고, 또 놀고, 또 놀고, 또 놀고, 또 논다. 하루 종일 논다. 오늘도, 어제도, 엊그제도, 지난주도 계속 노는 중이다. 이렇게 행복한 백수 어린이가 있을까?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상상 가능하지도 않다. 상상 그 이상이 가능한 나라, 뉴질랜드이다. 어린이 행복 지수 만땅, 입시 지옥이 없는 나라다.
선행 학습을 원하는 학부모가 없다.
선생 학습을 위한 학원이 없다.
선생 학습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없다.
방학 숙제도 없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논다. 또한 이 시기에 많은 키위들이 긴 휴가를 가지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해외여행을 가는 키위도 있고, 카라반 혹은 모터 홈을 타고 몇 주씩 뉴질랜드 곳곳을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집 근처 비치에서 하루 종일 놀기도 하고, 트레킹을 떠나기도 하고,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도 한다.
나의 가족은 인근 타운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집에 설치된 수영장에서 리나의 친구들과 놀기도 한다. 나의 가족이 살고 있는 프라이빗 로드에 있는 집들 중에 우리 앞집 2 가족이 리나와 비슷한 또래이다.
독일 가족인 노아, 루나, 키위 가족인 올리비아, 리암. 리나의 소중한 동네 친구이다. 아이들끼리 리나- 올리비아- 노아 집을 번갈아 다니며 함께 논다. 하루 종일 5명의 어린이가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놀고, 집 앞에서 핸디볼을 하며 놀기도 하고, 집 뒤에 있는 파크에서 놀기도 한다. 때로는 함께 스쿠터를 타고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마트를 다녀오기도 한다. 지금은 독일 가족은 모터홈을 타고 5주간 뉴질랜드 여행을 떠났다. 2명의 공백이 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즐겁다
3명 이서도 충분히 즐거운가 보다. 나의 집에서 워터 슬라이드와 워터 싸커, 수영장, 텐트 가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맨발로 나의 집 문을 두드리며 찾아온다. 때로는 리나가 찾아가기도 한다. 오늘은 새로 구입해 뒀던 텐트를 개시했다. 마당이 넓은 집이라 마당 한쪽에 3인용 텐트를 쳤다.
리나가 올리비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텐트 다 됐어?
-리암이는 지금 만화 보면서 조금 쉬고 싶데. 조금 있다 올 거야.
-올리비아하고 텐트 안에서 놀게. 다되면 알려줘.
옆에 있는 올리비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사이 나는 옥수수를 삶고, 아이들이 텐트에서 먹을 피크닉 세트를 준비했다. 스낵, 체리, 포도, 요구르트, 요플레, 캔디, 젤리, 초콜릿, 물.
텐트 안에서 한참을 논다. 패드도 하고, 수다도 떨고, 만들기도 하고, 스낵도 먹고, 다시 엎드려 이야기하고, 또 패드 하고, 또 먹고.
둘이 텐트 안에서 신나게 노는 동안 나와 남편은 2차전을 준비했다.
솜. 사. 탕!
솜사탕 기계의 온도를 올려라!
바나나와 파인애플 맛의 커다락 솜사탕을 만들고 있었다. 설탕의 단냄새를 맡은 리나가 텐트 밖으로 빠꼼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엄마, 리암이 먼저 주고 와도 될까? 주면서 리암이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보고 같이 놀건지 다시 물어볼 거야.
그렇게 처음 만든 솜사탕을 들고 아이들은 부리나케 건너편 집으로 뛰어갔다. 2명이 뛰어갔는데 돌아올 때는 3명이 되어 왔다.
-엄마, 우리 올리비아 집 수영장에서 놀고 올게. 30분쯤 뒤에 우리 집 슬라이드 올려줘.
우리는 만들던 솜사탕을 올 스톱 하고, 3차전 슬라이드 설치를 위해 신속하게 솜사탕 기계 정리를 시작했다. 나의 집 로드가 꽉 차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비명 소리가 넘쳐 났다. 정리를 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바람고함께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의 행복이 나에게 까지 전해져 온다. 행복은 멀지 않다. 행복은 늘 적당한 거리에 내 곁에 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행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가끔은 가만히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 간 듯하다. 어린 시절 동네 언니, 오빠들과 함께 집 앞 골목에서 뛰어놀던 때가 떠오랐다. 생각해 보니 바보 같은 짓을 참 많이 했다. 그때 그 시절에는 집집마다 전화기가 있고, 전화번호부 책이 있었으며, 엄마가 적어 놓은 전화번호 수첩도 있었다. 당시 내 친구는 중국 집을 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범식이 집이죠? 범식이 친구 OO인데요, 범식이 있어요?
-범식아. 친구다.
범식이 목소리가 들리면,
-범식아. 지금 우리 집으로 와. 놀자.
범식이가 짜장면 곱빼기를 들고 집으로 스윽 들어왔었다. 그러면 아이들이 놀다가 짜장면과 짜장면 소스에 밥을 비벼 함께 나눠 먹고 해가 질 때까지 또 놀았다. 당시 학교에 가면 작은 조개가 섞인 모래가 운동장에 있었다. 학교로 뛰어가 주머니에 모래를 두 주먹씩 넣어왔다. 그리고는 집 앞에서 조개 깨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땅따먹기 놀이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하루 종일 골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면 골목 중간쯤에 있는 평상에 엄마들이 속속 모여들어 간식도 챙겨 주고, 밥도 주면서 또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 밥 퍼주는 우리 엄마, 예쁘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보면 친구들 아빠도 모이면서 여름밤은 축제가 되었다. 어릴 때 생생한 기억이 떠올라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그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단다.
-나는 사립 초등학교를 다니고, 집안에서 놀아서 잘 몰라. 기억이 안 나.
나보다 4살이나 많은데,,,,,,어쨌든 그랬다.
슬라이드를 뛰어놀고, 물놀이를 하고, 트램펄린에서 하늘 높이 점핑 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클수록 리나는 얼굴이 꺼멓게 되어 가고, 올리비아와 리암이는 붉어져 간다. 강한 자외선에 피부색이 변해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특별하게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겁다.
오후 1시부터 놀던 아이들은 7시가 되어 돌아갔다.
얼마나 놀았는지 마당은 처참하다.
-정리해야지.
숙제도 없고, 학원도 없고, 선행학습도 없으니 아이들은 매일 함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평범한 시간이 특별해진다. 추억과 함께 수중한 시간으로 쌓여 틀별함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 함께 떠올려질 내가 될 테니까 말이다.
함께라는 시간이 특별함으로 쌓여 가는 추억, 당신은 누구의 추억 속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