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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즈 Jan 22. 2024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

숨이 붙어 있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것

오늘, 아침 회의를 마치고 홀로 살고 계시는 두 노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인해서 땅은 축축하게 젖어있고 하늘은 흐린 그런 날씨였다. 그동안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만 제공하였는데,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은 매월 20시간가량 일상생활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최초 상담 시 보다 몸이 약하여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의 일종이다.


한 노인이 사는곳은 오래된 도심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약 3년 전 난방비가 없다는 연락을 받고 기름을 넣어드렸던 어르신이다. 대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담당 사회복지사와 언덕을 올라갔다. 경사도가 높아 마라톤 언덕훈련을 하기 좋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덕을 지나다 보면 여섯 개 정도의 계단에 올라 비탈길에 접어들면 작은 옆길이 보인다. 그 길을 약 50m 정도 지나가야 집에 도착하게 된다. 석유 배달차도 갈 수 없는 좁은 언덕을 지나야 하는 곳이라 20L 말통으로 옮겨가며 기름을 부었던 그 집이다. 그때와는 다르게 주변의 사는 사람들이 다들 떠났는지 걸어가는 길의 집들은 대부분 폐가로 남아 있었다.  세상과의 이어짐이 쉽지 않은 집(노인) 임을 실감한다.

최초 상담 당시에도 그렇게 좋진 않은 건강상태였지만 지금은 방에서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낡은 대문은 철사를 잠금쇠에 걸어놓았다. 몇 번을 당겨도 열리지 않아 조금 세게 당기니 끊어져 버렸다. 다시 철사를 주어 이어서 열어봤지만 자물쇠가 고장이 난 것인지 열리지 않았다.


집 뒤편 산길로 돌아 올라가 보니, 드디어 마당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직원의 문을 열어주고 OOO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방 안으로 들었갔다. 방문 넘어 TV의 잔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귀가 잘 안 들리는지 인기척이 없다. 직업 특성상 이럴 때가 되면 혹시 돌아가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일명 뽁뽁이라고 하는 보온재가 덕지덕지 붙은 뻑뻑한 샷시 문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어르신이 살아계셨다(?). 바닥에 울긋불긋 12개 정도 되는 알약을 펼쳐놓고 약을 드시는 모습이, 얼마나 몸이 많이 아픈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런저런 안부를 전달하고 본격적으로, 기본서비스만 제공되는 방식에서 매월 20시간가량 일상생활(가사지원, 반찬지원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으나, 마음과는 다르게 한사코 반대하셨다. 반대의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미안해서 그런다고 한다. 세상에 기여한 것도 없는 이 늙은이가 염치도 없이 공짜로 어떻게 사람을 부리냐며 미안해하셨다. 죽으려고 몇 번을 약을 먹어보았어도 죽지 않았다고 편하게 말하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절규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르신 다! 국가에서 월급 받고 하는 것이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전해드리며 다음 달부터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임을 고지하였다.  지난달 넘어져 손을 잘못짚었는지 오늘 손은 호빵맨 손처럼 부종이 심각하였다. 상반되는 두 손을 보니 건강한 어르신의 삶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다음날, 복지관 간호사에게 집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는 노인 한분이 방문하였다. 상태를 보니 범위도 넓고 상처가 깊었다. "어르신 병원에 바로 가시지 않고 왜 복지관에를 오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병원비 무서워서 못 갔어 그냥 소독이나 해줘" 어르신은 탈북하신 분으로 가족이 없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다. 긴급하게 119에 신고를 하고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연계하였다. 다행히 큰 골절이나, 뇌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르신께 청구된 비용은 25,000원이다. 어르신은 25,000원이 생명보다 부담되었던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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